수능 수리·탐구영역 과목 선택기준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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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대학입시에서 영역별 과목을 선택할 때는 그 어느 때보다 신중해야 한다. 수능시험 탐구영역에서 수능 수리영역 응시인원 선택할 수 있는 과목이 최대 4개에서 3개로 줄어든다. 서울대 등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 대학들이 2개 과목을 반영한다. 수능시험의 난이도에 따라 변수가 될 수 있다. 상위권 대학을 노릴수록 대학별고사(논술·면접·적성평가 등)와의 연관성도 고민해야 한다. 수리영역은 출제범위가 확대됐다. 전형과 경쟁상황을 고려해 ‘가’’나’형 선택의 유·불리를 따져봐야 한다.

수리, 등급 아닌 경쟁률·지원전략에 맞춰야

‘가’형과 ’나’형 중 어떤 걸 골라야 할까. 수리 영역을 두고 올해 수험생들이 갖는 가장 큰 고민이다. 역대 응시생 수에서 ‘나’형은 증가, ‘가’형은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7년 동안 수능 수리영역 응시자 현황을 보면, ‘가’형은 2005학년도 28.9%이던 인원이 해마다 감소해 2011학년도는 22.8%까지 줄었다. 반면 ‘나’형은 71.1%에서 77.2%로 늘어났다.

이에 대해 이투스청솔 이종서 교육평가연구소장은 “‘가’형보다 ‘나’형이 더 좋은등급을 받을 수 있을 거란 기대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역대 수리영역에서 표준점수가 ‘나’형이 더 높게 나왔기 때문이다.

2011학년도 수능에서도 ‘나’형의 난이도가 상대적으로 낮았다. 그 덕에 수리 점수를 올리는 데 이득을 본 수험생들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이 소장은 “이 때문에 특히 자연계 중위권 수험생들에겐 ‘나’형이 달콤한 유혹”이라며 “여기에 함정이 있다”고 경고한다. “자신의 수능성적을 판단하는 잣대로 등급만 생각해서 비롯된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등급은 응시인원 수와 비례하는 개념이므로, ‘등급 상승=상위 대학 진학’이란 공식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나’형의 표준점수가 높다는 것은, 전형에 ‘가’형 반영을 지정한 대학의 경쟁률이 낮아질 수도 있다는 반증”이라고 이 소장은 분석했다. 이어 수리 가형과 ‘나’형을 함께 반영하는 대학은 대부분 ‘가’형에 가중치(3~5%)를 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등급상승만으로 단순하게 선택할 문제가 아니란 뜻이다. “경쟁률과 지원전략, 목표대학의 전형방식 등을 다각적으로 고려해 선택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수리, 다른 영역과의 조합 우위 비교해야

진학사의 김희동 입시분석실장은 “선택에 따라 대학을 고르는 폭이 달라질 수 있단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지역 주요 대학(건국대·경희대·고려대·서울대·연세대·중앙대·한양대·홍익대)과 지방 국립대는 ‘가’형을 지정 반영한다. 전형 안에서도 일부 모집단위만 ‘가’형을 지정하는 경우도 있다. 이 때문에 ‘나’형을 선택하면 대학을 선택하는 폭이 좁아질 수 있다. 김 실장은“’나’형에 미·적분 단원이 포함되는 등 수리영역 출제범위가 바뀌어, ‘가·나’형 중 선택을 하는 모집단위가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지원하려는 대학이 어떤 반영방식을 적용하는지부터 확인해 볼 것”도 당부했다.

수리를 고를 땐 다른 영역별 과목의 성적과 조합해 전체 경쟁력의 우위 여부도 따져봐야 한다. 김 실장은 “수리 ‘가’형의 성적이 낮아도 다른 과목이 좋아 합산 점수가높다면 ‘가’형을 지정 반영하는 대학에 지원하는 쪽이 유리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경우 “등급을 높이려고 나형으로 바꾸기보다 ‘가’형에서 성적을 높이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반면 다른 영역은 성적이 낮은데다, 수리 공부가 다른 영역을 공부하는 데 방해까지 된다면 ‘나’형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상반기엔 ‘가’형을 공부하다 6월 모의평가 결과에 따라 ‘나’형으로 바꾸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탐구, 상위권은 대학별고사와 연관성 고민해야

탐구영역은 선택·반영할 수 있는 과목 수가 줄어들었다. 대학은 2개 과목을 반영하고, 수험생은 수험전력을 한 곳에 모을 수 있는 집중현상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종로학원 김명찬 입시전략연구소장은 “그에 따라 평균점수나 경쟁률이 상승할 수 있다”고 말했다. “평가원의 발표대로 언어·수리·외국어의 출제 난이도가 낮아질 경우 탐구영역의 성적이 중요한 변수가 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2011학년도 수능에서 평균점수가 전보다 높아진 사회탐구영역이 그 예다. 과목 수가 줄면서 학습부담이 줄어, 선택한 과목에 대한 수험생들의 집중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김 소장은 “지원대학의 반영기준이 표준점수인지 백분위인지를 확인해 과목을 골라야 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난이도에 따라 표준점수는 달라지지만, 상위권 대학들이 많이 채택하는 백분위는 난이도의 영향이 적기 때문이다.

지원대학이 반영하는 과목수·가산점·반영교과 등을 확인하는 것은 기본이다. 탐구영역에서 교과를 지정한 대학은 서울대뿐이다. 서울대 응시생은 사회탐구에서 국사를, 과학탐구에서 과학I·과학II에서 각각 1개를 선택(같은 과목을 고를 수 없음)해야 한다. I을 공부하지 않고 II만 공부할 수 없어 학습부담이 커졌다.

다른 대학들은 과목을 지정하지 않았다. 다만 자연계열은 과학탐구에서 II과목을 선택하면 가산점을 주고 있어 유의해야 한다. 김 소장은 “선택한 교과가 같거나 내용이 연관성이 높으며, 경쟁력 면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지 여부를 판단해 고를 것”을 당부했다.

고3이라면 학교 수업에서도 들을 수 있는 과목을 선택하는 것이 유리하다. 학교에 개설되지 않을 경우 따로 공부해야 하는 부담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김 소장은“내신도 관리해야 하고 수능도 준비해야 하므로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과목을 선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상위권 대학을 노리는 수험생일수록 대학별고사(논술·면접·적성평가 등)와의 연관성도 고려해야 한다. 김 소장은 “인문계열은 사회문화·윤리·경제가, 자연계열은 물리·생물·화학 과목이 논술과 관련성이 높다”고 말했다. “응시생이 많은 과목을 선택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며 “난이도의 유·불리가 적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사진설명] 수능 교과를 선택해야 할 시기다. 대학입시 전문가들은 점수나 등급보다 입학전형과 지원전략에 맞춰 영역별 교과를 선택할 것을 주문했다. 지난해 한 수능시험장에서 수험생들이 탐구영역 문제를 풀고 있다.

<박정식 기자 tangopark@joongang.co.kr 사진="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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