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배구] 제2의 도약이 보인다

중앙일보

입력

21세기 한국 남자배구의 도약이 보인다.

한국은 2일 일본에서 폐막된 '99월드컵남자배구대회에서 7위에 올라 유럽과 중남미배구와는 여전히 격차를 보였으나 어느해보다 조직력과 개인기에서 두드러진 신장세를 보여 앞날을 밝게 했다.

짜임새있는 공수연결로 이 대회 우승팀 러시아에 3-2로 역전승했고 이어 제2의 전성기를 예고한 미국을 3-1로 제압, `강팀 킬러'로서 각국 배구인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줬다. 더욱이 27일 열릴 시드니올림픽 아시아지역 예선전을 앞두고 난공불락으로 여겨졌던 중국과 라이벌 일본을 완파한 점은 한국 배구가 아시아 최강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선수 개개인의 기량도 크게 향상, 8개의 개인상 중 한국 선수가 3개를 휩쓸었다. 실업팀간의 마찰로 우여곡절끝에 대표팀에 합류한 방신봉(현대자동차)은 세트당 0.9개의 블로킹을 성공시켜 국내 선수로는 처음으로 `블로커상'을 수상했고 리베로 이호(현대자동차)는 `베스트 리시버'와 `수비상'을 한꺼번에 거머쥐었다.

특히 방신봉의 블로킹상 수상은 한국 배구의 고질적인 약점이었던 `센터 약체'라는 숙제를 어느정도 해소했다는 점에서 한국배구의 발전 가능성을 보여준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이 거둔 또 하나의 수확은 이경수(한양대)의 등장이다. 지난해 벤치와 코트를 오가던 이경수는 이 대회에서 큰 키(200㎝)와 안정된 수비로 공수의 한축을 훌륭하게 소화해 당당한 주전으로 성장했다.

뛰어난 게임리딩 능력을 보여준 `재간둥이 세터' 최태웅(삼성화재)이 대표팀 주전세터로 발탁된 것은 한국배구가 서서히 세대교체에 들어섰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그러나 한국배구는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를 안고 있다. 5년째 대표팀 라이트 자리를 꿰차고 있던 김세진(삼성화재)이 올초부터 서서히 퇴조기미를 보이고 있어 대체선수 발굴이 시급하고 방신봉과 짝을 이룰 센터 한자리도 불안하기만 하다.

서브의 네트터치 기준 완화로 각국이 공격적인 서브로 상대 리시브를 흔드는데 반해 신진식(삼성화재), 이경수를 제외하고는 강한 스파이크 서비스를 구사하는 선수가 없다는 점도 한국배구의 국제 경쟁력 약화를 부채질하는 요인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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