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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만 ‘골프 여인천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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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지난달 28일(한국시간) 끝난 월드골프챔피언십(WGC) 액센추어 매치플레이 챔피언십의 우승상금은 140만 달러(약 15억7000만원)였다. 같은 기간 열린 LPGA 투어의 HSBC 위민스 챔피언스 총상금과 같은 액수다. 액센추어 대회 총상금은 850만 달러(약 95억7000만원)로 HSBC 대회의 6배 규모다. 이것이 세계 남자 골프대회와 여자 대회의 상금 차이다.

 올 시즌 총상금 규모도 PGA 투어(약 2896억원)가 LPGA 투어(약 479억원)보다 6배 정도 더 많다. 유럽 투어는 남녀 차이가 더 크다. 모자에 회사 로고를 달아주는 조건으로 받는 스폰서 금액에서도 남녀 차이는 6배 이상이다. 그러나 국내 투어의 사정은 완전히 다르다. 지난해 여자 대회인 KLPGA 투어의 총상금은 120억원이었다. 남자 대회인 KGT 투어 총상금은 119억원이었다. 1978년 남자 투어 대회 KPGA선수권의 상금 10%를 떼서 시작된 여자 프로골프는 지난해를 기점으로 남자를 추월했다. 올해 격차는 더 벌어진다. 여자 투어는 136억원 규모의 투어 스케줄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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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자 대회는 아직 발표하지 못했다. 일단 13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순수 국내대회로 보면 여자는 21개 대회에 총상금 103억 7000만원이며 남자는 13개 대회에 총상금 53억원이 목표다.

 상금보다 스폰서의 차이가 더 크다. 경기 출전권을 가진 남자 투어 프로 140명 중 60% 정도가 메인 스폰서 계약을 체결했다. 여자 선수들은 90% 정도가 계약을 했다. 같은 실력을 보였더라도 인기나 개성 등에 따라 선수별로 편차는 있다.

그러나 평균으로 보면 여자 선수가 훨씬 많다. 지난해 여자 상금랭킹 4위를 한 유소연은 2억5000만원에 계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자 정상급 스타이자 상금랭킹 3위를 한 배상문은 2억원 수준인데도 아직 계약을 하지 못했다. 여자 14위인 김자영은 1억2000만원의 높은 몸값을 받았지만 남자 8위인 손준업은 8000만원 선을 요구하는데도 아직 스폰서를 찾지 못했다.

 업계에 따르면 남자 상금랭킹 20~30위권은 4000만~5000만원 정도, 여자 선수는 7000만원 이상을 줘야 한다. 남자 선수 중 상금 30위를 넘는 선수는 계약만 하면 ‘감사하다’는 입장이다. 남자 선수들은 “상금이 줄어들고 스폰서도 잡기 어려워 상금 40위를 넘으면 레슨을 하는 것이 생활하기에 낫다”면서 투어를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J골프 중계의 시청률 분석 결과 남녀 투어의 시청률에 큰 차이는 없었다. 점유율이 여자가 3.3%, 남자가 3.1%였다. 경기장 갤러리 수는 남자가 더 많아 보인다. 그러나 대회를 만들거나 선수를 후원하겠다는 회사들은 여자 대회를 고집한다. 스포츠 마케팅사인 스포티즌의 김평기 이사는 “요즘 여자 선수는 부르는 게 값이다. 실력이 검증되지 않은 선수라도 무조건 높은 가격에 계약하려는 모습을 보이는데 네덜란드의 튤립 투기를 연상시키기도 한다”고 말했다.

 한국은 여자 골프가 강세다. 박세리라는 수퍼스타의 출현으로 골프의 대중화가 시작됐다. 국제 경쟁력도 남자보다 높다. 아기자기한 여자 골프의 매력을 한국 팬들은 안다. 남자 협회의 안일함과 무뚝뚝한 남자 선수들의 태도도 문제로 지적된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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