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피플] 외국인으로 첫 금탑산업훈장 로버트 보쉬 기전 獨 지이거 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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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이 처음으로 올 무역의 날 금탑산업훈장을 받았다. 한국 로버트 보쉬기전의 디에트마 지이거(58)사장이 주인공. 지이거씨가 한국에 온 것은 95년. 보쉬사 한국지사의 공동대표 사장으로 취임했다.

ABS 브레이크 등 자동차 부품을 만드는 이 회사는 당시만 해도 한국 자동차 산업이 호황을 보이는 덕택에 사실상 땅짚고 헤엄치다시피 영업을 했다. 때문에 한국내 판매에도 물건이 모자랄 정도였다.

그러나 97년말 외환위기가 터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만도기계.기아 등 보쉬와 합작했던 회사들이 줄줄이 넘어지면서 위기에 처하게 된 것. 이에 보쉬 본사는 한국 합작사들로부터 지분을 몽땅 사들여 1백% 독일기업으로 탈바꿈 했고, 지이거씨는 새로운 여건에 적응하기 위해 변신을 시도했다.

'한국 시장 만으로 어렵다고 판단, 수출로 눈을 돌리게 됐다' 는 것. 다행히 지난해 하반기부터 독일 오펠사에 ABS브레이크 등을 수출하게 됐고, 지금까지 2천6백77만달러어치 수출하면서 올해 신설된 외국인용 금탑산업훈장의 주인공이 된 것.

그는 외환위기 속에서도 여느 회사들처럼 사람을 왕창 짜르지는 않았다. 임원 몇명 은퇴시키는 선에서 끝냈고 3백여명의 직원은 그대로 끌고 나갔다. 대신 일감이 없는 엔지니어를 대거 독일로 연수를 보냈고, 지난해 오히려 70억원을 더 투입해 설비를 보강했다.

"70년대 오일쇼크와 80년대말 독일 통일 등 큰 변화를 겪어본 결과 IMF 체제도 큰 경기사이클의 하나라는 점을 알았다. 때문에 침체기일수록 상승기를 대비해야 한다는 점을 생각했다" 는 것이 그의 설명.

뮌헨대 공대졸업후 줄곧 보쉬사에서 일해온 그는 회사에 대한 충성심을 잃지 않는 것이 국가경제도 튼튼하게 하고, 개인도 행복해지는 비결이라고 믿는다.

"이렇게 다이나믹한 한국에서 일하게 된 것이 무척 기쁘다" 는 그는 은퇴하는 날까지 한국에 독일의 기술과 기업정신 등 각종 노하우를 전달하고 싶다고 말했다.

양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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