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수 전문기자 리포트]IMF 2년…위기의 터널 벗어나지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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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통화기금(IMF)위기' 를 맞은 지 2년.
"IMF 외환위기를 완전히 이겨냈다" 고 할 정도로 성장.산업활동.환율.외환보유액 등 대부분의 경제지표가 위기 전 수준을 되찾았거나 더 나아졌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은 위기극복을 확신하지 못하고 있고 다시 위기를 맞지 않을까 불안이 여전하다.
경제의 겉모습이 위기 전으로 돌아간다는 의미에서는 위기가 극복됐지만, '21세기 경쟁력' 을 갖춘다는 의미의 위기극복은 아직 이루지 못했기 때문이다.

경제에 대한 불안을 떨치려면 우선 경제위기 극복과정에서 새롭게 안게 된 문제부터 해결해야 할 것이다.
위기극복 과정에서 정부는 엄청난 빚(국가채무 1백12조원, 국민 1인당 2백50만원)을 떠안게 됐다.
또 수많은 실업자(10월 현재 1백4만명)가 여전히 거리를 헤매고 있고, 위험할 정도로 빈부격차가 심해졌다.

위기재발의 원인이 될 수 있는 재정적자를 생각하면 씀씀이를 줄이고 재원확충을 서둘러야 한다.
그러나 총선 등 정치일정을 염두에 두지 않더라도 사회적 안정?뒤흔들 수 있는 실업자와 빈부격차를 생각하면 사회안전망을 구축하는 데 막대한 나라 돈을 더 써야할 처지다.

이때의 정부 선택은 "실업과 빈부격차가 사회안정을 무너뜨리지 않을 수준" 에서 재정지출을 묶는 것이다.
그 이상의 지출은 "한국 경제가 감내할 수 있고, 재정적자에 의한 위기재발을 막을 수 있는 수준" 을 넘어서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재정건전화특별법' 과 같은 제도적 노력과 조세형평을 핵심으로 하는 세제개혁, 그리고 재정지출의 효율성 제고가 시급하다.

둘째, 지난 2년 불황과 저항 속에서도 많은 제도적 개혁이 이뤄졌다.
이제 그것이 의식과 관행의 개혁으로 뿌리 내리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구조개혁이 '위기가 터진 후에야 경제회생을 위해 정부주도로 한번 실시' 하는 것이 아니라, '경쟁력 제고를 위해 각 경제주체?늘 추진' 하는 것이 될 수 있다.
그래야 '21세기의 경쟁' 에 당당히 맞설 수 있다.

위기극복 과정의 과도기적 정부개입은 불가피했다.
그러나 구조개혁을 개별 경제주체가 상시적으로 추진케 하기 위해서는 향후 구조개혁은 경쟁과 시장규율에 맡겨져야 한다.

정부 지원에 의한 금융기관의 해이를 막고 본연의 금융중개 기능을 활성화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 때마다 부실금융기관에 공적자금을 대주는 관행은 억제하되, 대신 엄격한 금융감독과 더불어 금융기관이 자율경영토록 여건을 마련해 줘야 할 것이다.

또 정부개입 없이도 기업들이 부단히 구조개혁을 추진케 하려면 엄격한 심사를 통한 대출관행이 정착되고, 기업지배구조가 투명하게 개선돼야 한다.
그래야 여전한 확대.차입경영이 수익성을 기준으로 한 건실경영으로 바뀔 수 있을 것이다.

의식개혁과 관련해 최근 노동시장 등 일부 부문에서 고개를 들고 있는 '위기보상심리' 가 자칫 위기를 초래했던 '고비용구조' 를 재현시킬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할 것이다.

셋째, 경제회생에 대해 자신감을 갖기 위해서는 위기극복 과정에서 취약해진 민간경제의 자생기반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어떻게 하면 시장경쟁에서 살아남을 것인가' 를 늘 고민하는 기업가 정신이 되살아나야 경제에 자생력이 용틀임할 수 있다.
정부와 민간경제의 권한과 책임의 한계가 분명해 져야 하고, 특히 정부는 시장 참여자가 아닌 시장 규범의 제정.감시자로서 본연의 역할로 돌아가야 한다.
그래야 정부의 도움이나 강압 없이도 각 경제주체가 '제 두발로 딛고 일어나 뛸 수 있는 자율경제' 가 소생할 수 있다.

한마디로 정부든 민간이든 '자기의 결정과 행동에 대해 철저하게 책임지는 시장경제의 기본규율' 이 지켜지고, 이에 어긋나면 누구든 언제든 퇴출되는 경제체제 마련이 시급하다.

김정수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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