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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손학규 대표, ‘이숙정 봐주기’ 바로잡아라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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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보다 더 악질인 민주당”(서재용). 경기도 성남시의회 자유게시판에 올라와 있는 60여 개의 글 가운데 하나다. 시의회가 25일 이숙정(36·무소속) 의원 제명결의안을 부결시킨 뒤 바닥 민심이 들끓고 있다. 이 의원은 한 달 전 판교주민센터 공공근로 여직원이 자신의 이름을 못 알아들었다며 행패를 부려 지탄을 받았다. 당시 소속 정당이던 민주노동당이 중징계 움직임을 보이자 먼저 탈당해 무소속이 됐다.

문제는 성남시의회(전체 34석)의 민주당 의원 15명이 보여준 처신이다. 제명결의안 표결 때 두 명만 찬성했을 뿐 나머지는 기권·반대한 것으로 드러났다. 노골적인 ‘봐주기’다. 혹여 시의회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정치적 계산 때문이 아닌지 의심스럽다. 성남시의회 자유게시판은 성난 시민들의 속내를 잘 말해준다. “이제 자진사퇴를 위한 국민운동이나 주민소환제가 필요하겠군요”(서학선), “잘못한 사람은 버려야지 자기 동료라고 봐주고… 골 때리는 쓰레기 민주당” 등이다.

여야의 제 식구 감싸기는 어제오늘이 아니다. ‘아나운서 성희롱’ 발언으로 불구속 기소된 강용석 의원 건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7월 국회 윤리특위에 징계안이 접수됐지만 시간만 질질 끌고 있다. 국회 폭력사태가 발생할 때마다 엄중 조치를 다짐하지만 유야무야하기 일쑤다. 윤리특위엔 현재 37건의 징계안이 올라가 있다. 여야 모두 티끌 같은 남의 실수에는 염라대왕처럼 큰소리치면서 자신의 들보 같은 잘못에는 천사처럼 넘어간다. 사정이 이러니 정치인들이 도매금으로 불신을 받아도 할 말이 별로 없다.

의회정치가 발달된 영국·미국에선 의원들의 탈·불법 행위는 물론 부도덕한 행위에도 철퇴를 가한다. 미국에선 지난해 12월 21선(選) 의원이자 80세 고령인 찰스 랭글 하원의원이 재산신고 누락 등 11가지 윤리규정을 위반한 혐의로 ‘공개질책’을 당했다. 제명 다음으로 무거운 징계다. 선진국일수록 정치인과 공직자에게 엄격한 도덕적 잣대를 들이댄다. 고의든 실수든 사고를 친 당사자는 자신의 잘못에 책임지는 전통이 확실하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최대 야당 대표로서 해명해야 한다. ‘이숙정 봐주기’ 같은 방식으로 세를 불리고 야권 연대를 할 것인가, 아니면 원칙 있는 정도(正道)를 걸을 것인가. 손 대표는 원내 시절 점잖고 품위 있는 언행으로 나용균 선생을 기리는 백봉신사상을 2000, 2001년 연속 수상했다. 손가락질이 아니라 존경 받는 정치를 만드는 것은 정파와 이념을 벗어난 모든 정치인의 의무다. 손 대표의 적절한 후속조치를 기대한다. 손 대표와 민주당이 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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