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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안 골퍼에겐 다초점보다 일반렌즈가 퍼팅 때 효과적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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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7호 14면

타이거 우즈가 퍼팅 라인을 정확히 살피기 위해 모자 챙을 두 손으로 감싸고 있다. 우즈는 시력 교정 수술을 받은 다음 해인 2000년 9승을 올렸다. [중앙포토]

골프에서 ‘시력(視力)이 곧 실력(實力)이다’는 말이 있다. 골프뿐 아니라 모든 구기 종목에서 시력은 경기력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시력이 실력이라는데 … 골퍼 괴롭히는 안경

골프는 정지해 있는 볼을 치기 때문에 정적인 운동이라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임팩트 시 클럽 헤드의 스피드가 시속 100㎞ 이상인 역동적인 운동이다. 또한 300야드 이상 날아가는 볼의 정확한 궤적을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시력은 매우 중요하다. 특히 그린 위에서는 섬세한 퍼팅 라인을 읽어야 하기 때문에 시력이 좋아야 한다. 시력이 나쁜 골퍼들은 안경을 쓰거나 콘택트렌즈를 낀다. 시력 교정 수술을 받는 프로골퍼도 많다. 지난해 신지애(23·미래에셋), 이미림(21·하나금융) 등이 라식수술을 받았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도 1999년 시력 때문에 두통 등을 호소하다 시력 교정 수술을 받았다. 우즈는 이듬해인 2000년에 시즌 최다승인 9승을 기록했다. 박세리(34)를 포함해 로라 데이비스, 비제이 싱, 톰 카이트, 마이크 위어 등도 라식수술을 받은 선수들이다.

안경보다는 콘택트렌즈 선호
세계 정상급 선수 가운데 안경을 끼고 플레이하는 선수는 한 명도 없다. 그럼 프로들은 모두 눈이 좋을까. 아니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선수 가운데 50% 정도는 안경을 껴야 할 정도로 시력이 나쁘다. 하지만 안경을 끼고 플레이하는 선수는 없다. 모두 콘택트렌즈를 낀다.

지난해 말 라식수술을 해 안경을 벗고 선글라스를 낀 신지애.

지난 시즌 KLPGA투어에서 뛰었던 105명 가운데 유일하게 안경을 쓰고 플레이한 선수는 난시가 심했던 이미림이다. 선천성 난시의 경우 각막의 형태가 고르지 않기 때문에 사물이 흔들려 보이거나 겹쳐 보인다. 지난해 12월 라식수술을 받은 이미림은 “난시 때문에 내리막이나 오르막 퍼팅 때 일반인의 50% 정도밖에 인식이 안 됐다. 라식수술을 받고 나서는 퍼팅 라인이 훨씬 잘 보인다”며 만족스러워했다. 이미림은 지난 1월 대만에서 열린 아시안 투어 ‘TLPGA&로열오픈’에서 프로 데뷔 후 첫 우승을 차지했다.

안경을 쓰고 플레이를 하면 거추장스러운 게 사실이다. 어드레스 때 땀 때문에 안경이 흘러내려 신경이 쓰인다. 겨울철에는 입김이 서려 앞이 잘 보이지 않는 경우도 많다. 비라도 내리면 안경 닦으랴 클럽 닦으랴 정신이 없다. 집중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안경이 불편하다 보니 콘택트렌즈를 많이 사용한다. 콘택트렌즈는 크게 소프트와 하드 렌즈로 구분된다. 소프트렌즈는 각막을 넓게 감싸주기 때문에 착용감이 좋다. 하지만 각막을 덮기 때문에 알레르기, 안구 건조증 등을 유발할 수 있다. 하드렌즈는 소프트렌즈에 비해 크기가 작고 눈물 위에 떠 있는 구조이기 때문에 산소 공급이 잘돼 장시간 사용해도 건조함이 덜하다. 최근에는 일회용 콘택트렌즈도 많이 사용한다.

신지애, 안경 바꿨다 퍼팅 난조
안경을 쓰는 골퍼들은 먼저 자신이 쓰는 안경에 코받침이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통상 안경 렌즈와 눈의 망막까지 정점거리는 1.0~1.2㎝가 이상적이다. 하지만 코받침이 없는 뿔테 안경의 경우 정점거리가 2~4㎜ 정도 가까워진다. 평소 코받침 안경을 쓰던 골퍼가 코받침 없는 안경을 쓸 경우 정점거리가 가까워지면서 거리가 짧게 느껴지고 사물도 좀 더 커 보이는 현상이 발생한다.

GM안과 이헌일 원장은 “콘택트렌즈를 끼다 안경으로 바꾸면 사물이 작게 보인다. 반대로 안경을 쓰다 콘택트렌즈를 끼면 사물이 크게 보인다. 미세하지만 정점거리의 변경에 따라 사물이 달리 보일 수 있다. 예민한 퍼팅에서는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2009년 JLPGA투어 리코컵에서 신지애는 1년 동안 끼던 코받침 있는 안경을 분실해 코받침 없는 뿔테 안경을 쓰고 출전해 퍼팅 난조에 빠지기도 했다.

노안이 있는 골퍼들은 최근 다초점렌즈를 많이 쓰고 있다. 다초점렌즈는 중앙을 기준으로 아래로 내려가면서 도수가 높아지는 렌즈다. 하지만 다초점렌즈의 양 옆 밑에는 도수가 없다. 따라서 퍼팅할 때 곁눈질을 하면 퍼팅 라인이 흐릿하게 보일 수 있다. 이헌일 원장은 “노안으로 인해 다초점렌즈를 사용하는 분들은 라운드할 때 한 도수 낮은 일반렌즈를 사용하면 먼 거리는 약간 불편할 수 있지만 근거리는 잘 보인다”고 조언했다.

콘택트렌즈가 안경보다는 편안하지만 불편한 점도 있다. 골퍼들은 어드레스 이후 곁눈질로 목표물을 쳐다보게 된다. 이때 바람이 불면 순간적으로 콘택트렌즈가 각막에서 떨어지면서 사물이 흐릿하게 보일 수 있다.

40대가 넘어서면 성호르몬이 감소하면서 눈물이 줄어들고 건성이 심해져 콘택트렌즈 사용도 힘들어진다. 이헌일 원장은 “나이가 들면 눈꺼풀이 헐렁해지면서 콘택트렌즈 사용도 힘들어진다. 콘택트렌즈가 안경의 대안이 될 수는 없다. 시력을 회복시키기 위해서는 수술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라식이나 라섹 같은 시력 교정 수술을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시력이 아주 나쁜(-10디옵터 이상) 초고도 근시나 각막이 너무 얇은 경우에는 이 수술을 받지 못한다. 무리하게 시행할 경우 각막확장증이나 각막 혼탁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골프 라운드 시 안경이나 콘택트렌즈로 인한 불편 때문에 수술을 강행하다 오히려 더 큰 불편함을 겪을 수 있다. 특히 라식이나 라섹은 각막을 잘라내는 수술이라 복원이나 재수술이 어렵기 때문에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선글라스는 노랑·주황색 렌즈가 좋아
라운드 때는 강한 자외선에 노출된다. 골퍼들이 선크림을 발라 자외선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하듯 선글라스로 눈을 보호해야 한다. 자외선이 강해지는 여름철에 보호 기구 없이 장시간 야외활동을 하면 백내장이나 망막 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 흔히 노인성 질환으로 알려진 백내장은 눈에 빛을 통과시키는 맑은 수정체가 자외선 등으로 인해 혼탁해지면서 시력이 급격히 저하되는 질환이다. 나이와 관계없이 공이 떨어지는 위치가 안 보이면 백내장을 의심해 봐야 한다.

선글라스는 눈을 충분히 덮을 수 있는 크기가 좋다. 흔히 색깔이 짙은 렌즈가 자외선 차단 효과가 높을 거라 생각하지만 이는 잘못된 상식이다. 자외선 차단율은 낮고 색깔만 짙은 선글라스는 오히려 동공을 확장시켜 역효과를 낼 수 있다. 따라서 선글라스를 고를 때 자외선 차단 효과를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노안이 있는 골퍼들은 감색 계통의 렌즈를 착용하는 게 좋다. 스포츠 선글라스인 오클리를 수입하는 훠리스트의 손선아 계장은 “렌즈 컬러는 그린과 보색 대비 관계인 노랑색과 주황색 등이 물체를 선명하게 보이게 하고 거리감도 좋다. 또한 선글라스를 착용하면 육안이 선명해져 퍼팅 라인을 살피는 데도 도움이 된다. 안경을 끼는 분들을 위해 3월부터 도수를 넣은 선글라스를 판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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