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잡을 수 없는' 신인 김사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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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릿곡 '마인드 콘트롤'은 강력한 하드코어 테크노, 두번째 노래 '킵 더 그루브'는 랩, 세번째 노래는 한국식 록 멜로디에 테크노를 가미했다.

신인가수 김사랑(18)의 데뷔음반 〈나는 열여덟살이다〉는 도무지 장르를 종잡을 수 없다. 세기말 분위기의 하드코어 힙합 뒤에 통기타로 연주한 듯한 복고풍 록발라드를 붙였고, 고속도 테크노 넘버 바로 뒤에 느릿 느릿한 리듬 앤드 블루스 노래를 갖다놓았다.

어떤 장르의 가수라고 못박는 순간 토끼처럼 다른 굴로 빠져나가는 형국이다. 얄미운 건 그렇게 온갖 장르를 반죽한 솜씨가 신출내기 10대 뮤지션치고는 수준급이란 점이다.

타이틀곡 'MOJORIDA' (영어가 아닌 우리말이다. '모조리 다')는 빠른 템포의 테크노 리듬 위에 한국인이 좋아할 맛깔 나는 멜로디와 보컬을 얹었다.

신인답지 않게 80년대 로커들이 즐겨 쓴 한국적 록발라드 창법을 구사했다. 바로 이점이 김사랑의 장점. 첨단 포장 속에 전통적으로 잘 팔리는 알맹이를 담아낸 것이다.

매니저가 만든 전략이 아니라 본인이 택한 것이어서 나름의 힘이 느껴진다.

교회음악을 전공한 부모 밑에서 자란 김사랑은 중학시절부터 작곡을 시작한 실력파다. 동년배들이 팝음악 카피에 열중하는 동안 그는 자작곡을 반복 연주하며 자신만의 스타일을 터득하는데 골몰했다고 한다.

음악에 집중하기 위해 부모님을 설득, 다니던 고교를 중퇴하고 홍대 앞 록밴드 '청년단체'에서 활동한 그는 한 장르에 묶이게되는 기존 밴드의 한계를 뛰어넘어 하고싶은 것을 혼자서 마음껏 하는 '원맨밴드'를 꿈꾸었다. 그리고 2년간의 준비 끝에 데뷔음반으로 그 꿈을 실현했다.

세기말에 유행한 장르를 망라해 대중적 선율로 집약해낸 솜씨가 매섭다. 그러나 기존 장르를 뛰어넘는 파격적 힘보다는 혼성모방적 재치가 돋보인다는 평도 있다.

김사랑은 그 점에서 1집보다는 2집이, 2집보다는 3집이 더욱 기대되는 '진행형' 재주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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