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온라인쇼핑 'X-마스 대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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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 지난 27일 정례 주말 라디오 연설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한 것은 세계무역기구(WTO)각료회의 얘기도, 체첸 사태도 아닌 크리스마스 쇼핑시즌 얘기였다.

"나도 이번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인터넷으로 딸 첼시의 선물을 사려고 한다. 태어나 처음하는 경험이지만 두렵진 않다. 올해 처음으로 온라인 쇼핑 대열에 참여하는 가구수가 4백만가구나 된다니 나도 그 중의 하나일 뿐이지 않느냐. "

그러면서 그는 "온라인 쇼핑도 기존 상거래 못지 않게 안전성을 확보해야만 한다" 며 "소비자들은 ▶배달날짜.추가요금.보증.환불규정 및 전화번호 확인▶타인과의 비밀번호 공유 금지와 사생활 보호 규정 등을 확인해야 한다" 고 조항을 하나하나 꼼꼼이 설명했다.

10년째를 맞는 기록적인 호황에 미국은 소비자들의 두툼해진 지갑을 잡기 위한 연말 상전(商戰)이 한창이다.

올해는 특히 인터넷의 급속한 보급으로 온라인 쇼핑이 크게 늘자 월마트 등 기존 대형 유통업체와 백화점들이 수성(守城)하려 안간힘을 쓰는 게 예전과 다른 모습이다.

5주간 이어지는 이번 연말 쇼핑시즌의 온라인 쇼핑규모는 대략 95억달러. 지난해 30억달러에 비하면 무려 세배가 넘는 규모다. 1천8백억달러로 예상되는 전통적인 상거래에 비하면 아직 미미한 수준이지만 성장세는 눈부실 정도다.

◇ 인터넷 대 전통적 상거래〓온라인 업계의 선두인 아마존이 이번 시즌을 위해 주문한 포장지의 면적은 무려 22만1천5백평(73만2천4백70㎡). 빨간색 장식리본의 길이도 2천4백94마일(4천13㎞)에 달한다. 이번 상전에 사운을 건다는 각오다. 아메리카 온라인(AOL).e베이.바이 도트 컴(Buy.com) 등 경쟁사들도 "이번 한판 싸움이 진정한 인터넷 업체를 가리는 승부장이 될 것" 이라 공언하고 있다.

또한 인터넷 업체들과 전통적인 대형 유통체인간의 신경전도 치열하다.

인터넷 업체 야후는 26일 메이시 백화점 앞에서 '주차하는 데만 1시간이 걸려서야. 온라인 쇼핑에는 주차장이 필요없습니다' ' '독한 향수 냄새 안맡아도 됩니다' '등의 구호가 적힌 피켓을 들고 색다른 홍보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 회장과 아메리카 온라인(AOL)의 스티브 케이스 회장도 28일 ABC방송에 출연, "온라인을 통한 주문이 지난해보다 2.5배 이상 증가하고 있다" 며 "전체 쇼핑액 중 온라인 쇼핑이 차지하는 비중이 올해 10%를 처음으로 넘어설 것" 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기존 소매업체들은 전자상거래가 간편하고 즐겁기는 하지만 소비자들이 전통적인 구매방식에서 맛볼 수 있는 쇼핑의 스릴이 없다며 수성에 자심감을 보이고 있다.

또한 올 성장세가 5~6%에 그치겠지만 가구당 쇼핑액이 8백57달러(98년 7백19달러)로 워낙 많이 늘어나 매출 증가에는 문제가 없다는 판단이다.

실제 시즌 첫날인 26일 월마트에는 개점시간 전부터 8백여명의 인파가 줄을 서는 등 뜨거운 열기를 반영했다.

◇ 국내 상황〓아직 미국처럼 일반화되진 않았지만 국내 업계도 인터넷판매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다.

96년 사이버몰인 '롯데 인터넷백화점' 을 연 롯데는 1천원 구매실적당 10원씩을 적립해 적립액이 1만원 이상 되면 해당 금액만큼 물건을 살 수 있는 혜택을 주고 있다.

신세계도 '신세계 사이버몰' 을 통해 구입하면 동일 비율로 적립해 연말에 적립금에 해당되는 상품을 증정한다. 업계 관계자는 "전체 백화점 매출 중 인터넷 비중은 아직 0.1% 수준이지만 5년 후에는 1%대를 넘어설 것으로 본다" 고 말했다.

한편 AOL과 제휴를 맺은 삼성물산은 최근 하루 매출이 2억5천만원으로 연초에 비해 1백% 가까이 급증하고 있다. 저가의 생활용품 위주에서 컴퓨터.냉장고와 같은 고가의 내구성 소비재 위주로 구매패턴이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물산 인터넷사업부 임영학 이사는 "내년에는 매출액 2천억원, 회원 2백만명으로 전망된다" 며 "최근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정확한 수요예측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 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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