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공권력 흔들…보안서장 주민들 돌팔매에 숨져

중앙일보

입력

북한의 전직 보안서장이 주민들이 던진 돌에 맞아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건은 이달 초 함북 청진시 수남구역에서 일어났다. 전 보안서장에 대한 주민들의 복수에 따른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는 북한 청진 주민의 말을 인용해 23일 이를 보도했다.

북한 당국은 사건이 발생하자 곧바로 조사에 착수했다. 피살된 전 보안서장은 14년 동안 청진시의 감찰과장과 수사과장, 예심과를 거치면서 수십 명의 북한 주민을 적발해 교화소로 보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주민들 사이에 악명이 높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청진시보안서는 이런 점 때문에 이 사건의 배후를 교화소에서 출소한 자들로 보고 내사를 진행중이지만 자신들도 저항에 부딪혀 당할까 걱정하고 있다고 청진시의 주민은 전했다.
이같은 주민들의 북한 당국에 대한 생계형 저항은 갈수록 잦아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초 함경북도 연사군에서는 극심한 생활난에 시달리던 북한 주민이 땔감을 모두 회수한 산림감독대의 감독원 3명을 살해했다. 양강도 혜산시에서는 지구사령부로 출근하던 군관이 자전거를 빼앗기는 사건이 발생했다. 평안북도 정주와 용천 등에서도 주민이 이달 14일 집단 시위를 벌인 것으로 전해졌으며, 지난달 17일에도 북한의 장교들이 배고픔을 이기지 못해 작업 명령을 집단으로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평안북도의 한 소식통은 "최근 북한 당국이 현실과 맞지 않는 정책을 내놓아 번번이 실패하면서 주민 사이에서 불만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는 생전에 "1980년대 강계 군수공장에서 폭발사건이 발생했을 때 전쟁이 일어난 줄 알고 현지 노동자들이 보위원의 집에 돌과 몽둥이로 무장하고 달려들기도 했다"고 회고한 바 있다.

이같은 북한 내 주민들의 생계형 집단 저항이 최근 튀지니와 이집트에 이어 리비아, 예멘, 바레인 등에서 일고 있는 독재정치와 부정부패, 고질적인 빈곤에 저항하는 반정부 민주화시위로 진척될 지는 장담할 수 없다. 하지만 일본의 교도통신이 외부 정부의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올해 1월부터 외국인 방문객의 휴대전화 대여를 중단하는 등 북한 당국도 주민들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온라인 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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