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 정상회담 폐막] 6개국 관세 철폐 거대시장 움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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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닐라〓외신종합]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이 인구 5억의 동남아 단일시장 시대에 성큼 다가섰다. 아세안 정상들은 28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정상회담을 열고 2010년까지 원년 멤버 6개국의 수입관세를 철폐키로 합의했다.

당초 계획을 5년 앞당긴 것이다. 후발 가입국인 베트남 등 4개국의 관세 철폐도 2015년까지 실시키로 했다. 이와 함께 아세안은 한국.중국.일본 3국과의 경제협력 증진에도 합의했다. 아세안과 한.중.일이 합칠 경우 인구 20억.국내총생산(GDP)7조8천억달러의 시장이 형성된다. 아세안 정상들은 성명을 통해 "장기적으로 단일통화를 사용하는 경제공동체 설립을 목표로 한다" 고 거듭 확인했다.

○…일본의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총리는 동남아의 인재양성을 지원하기 위해 5억달러를 지원하겠다고 아세안 국가들에 약속했다. '오부치 플랜' 으로 불리는 이 기금은 주로 금융전문가 양성과 비정부기구(NGO)의 인적교류 강화 등에 사용된다.

일본은 동남아지역에 대한 영향력 확대를 위해 지난해 11월 현지조사단을 파견, 즉각적인 효과를 낼 수 있는 지원책 수립을 모색했다. 오부치 플랜도 이 조사단의 작품이다.

그러나 일본은 97년 아시아 금융위기 당시 동남아에 긴급 수혈했던 '미야자와 펀드' 를 영구화하자는 아세안 회원국의 제안에는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아세안과 한.중.일 3국 정상들은 아체 지역의 분리독립에 반대하는 인도네시아 정부의 손을 들어줬다. 폐막성명에서 정상들은 "아체 지역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려는 와히드 대통령의 노력을 지지하며 인도네시아의 주권과 영토적 통합을 존중한다" 고 밝혔다. 또 각국 정상들은 센가쿠(尖閣)열도 등 영토분쟁을 빚고 있는 지역에 대해 평화적인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한다는 원칙에 합의했다.

○…오부치 총리는 28일 인도네시아 근해 등 동남아 해역에서 해적의 피해가 잦다며 각국 경비담당자 회의를 일본에서 개최할 것을 제의했다. 아세안측은 일본과의 합동 해상 패트롤을 제의했다. 국제해사국(IMB)에 따르면 올들어 9월말까지 세계적으로 발생한 해적사건은 1백80건에 이르며 이 가운데 66건이 인도네시아 해역에서 일어났다. 지난달에는 이 지역에서 일본의 대형화물선 아론드라 레인보호가 해적에게 습격당했다.

○…아세안 지도자들은 열악한 역내 정보통신산업 환경 개선을 위해 한시적 특별기구인 'E-아세안' 을 설치키로 했다. 이 기구는 각국 대표 2명씩으로 구성되며 정보기술협정 체결의 실무를 맡게 된다. 이들은 또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전 일본 대장성 재무관을 국제통화기금(IMF)총재로 적극 지지하기로 합의했다. 조지프 에스트라다 필리핀 대통령은 이날 "우리는 '미스터 엔' 을 지지한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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