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아라비안 나이트 빌헬름 하우프의 '스페사르트의 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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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헬름 하우프는 독일의 그림 형제, 안데르센과 더불어 독일의 대표적인 환상, 우화소설 작가로 꼽힌다. 스물 다섯 살의 젊은 나이에 요절해 많은 작품을 남기지는 못했지만, 그가 남긴 '황새가 된 임금님', '난쟁이 무크' 등의 작품은 세계 여러 나라에서 사랑 받고 있다.

씨엔씨미디어에서 나온 빌헬름 하우프의 대표작 '스페사르트의 밤'(7,000원)
은 1800년대 초반 독일의 메르헨(한국에는 동화라고 번역되나, 실은 어른을 위한 환상적이고 우화적인 이야기)
의 특성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때문에 '스페사르트의 밤' 역시 우리의 옛이야기처럼 아름답고 교훈적인 이야기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주인공의 세세한 심리묘사와 당시 독일 사회를 빗댄 은유를 통해 독자들을 매혹적인 환상의 세계로 이끈다.

스페사르트는 그 울창함으로 유명한 침엽수림. 스페사르트 숲 속의 여관에서 우연히 만난 여행객들은 산적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기 위해 한 사람씩 이야기를 털어놓게 된다. 부를 얻기 위해 자신의 심장을 돌멩이로 바꿔버린 숯쟁이 페터의 이야기, 바그다드를 배경으로 시련과 모험을 통해 승리를 거두는 자이드의 운명, 물질적인 부를 쫓는 인간의 비극적인 결말을 그린 난파선의 보물 등의 작은 이야기가 금세공사 펠릭스의 모험이라는 큰 얘기 속에 들어있는 형태.

음침하고 위험한 방에 모여앉은 사람들이 풀어내는 이야기는 외화시리즈인 환상특급 속의 내용을 아라비안 나이트식으로 풀어놓은 듯 하다. 이렇듯 하우프의 작품들은 환상의 세계를 그리며 마법적인 요소들을 담고 있다. 하지만 이는 급격한 산업화 속에 퍼지던 물질만능주의를 거부하는 당시 독일 서민들의 시각을 보여주는 것. 작가는 당시의 혼란함을 요정과 마법 등을 이용해 표현하고 있다.

'스페사르트의 밤'은 괴테, 헷세, 카프카 외에는 이렇다할 독일작가들의 작품이 소개되지 않은 국내에 19세기 독일서민들의 삶의 모습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Cyber 중앙 손창원 기자 <pendor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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