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콴유, 헬기로 창이공항 현장 둘러보다 “골프장 지어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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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6호 10면

창이공항 옆에 지어진 골프장들.

외국에서는 공항 주변의 유휴지를 골프장으로 많이 개발한다. 국내와 마찬가지로 공항 주변은 비행 안전을 이유로 개발이 제한돼 녹지나 골프장 외의 다른 용도로는 활용이 어렵기 때문이다.

외국의 공항 옆 골프장 개발 사례는

싱가포르의 세계적 공항인 창이국제공항이 대표적이다. 창이공항 바로 옆에는 2개의 유명한 골프장이 있다. 타나메라 컨트리클럽과 라구나 내셔널 골프 & 컨트리클럽이다. 둘 다 36홀 규모다. 이들 골프장은 오키드 컨트리클럽과 함께 싱가포르 3대 골프장으로 꼽힌다.

1981년 창이공항이 문을 연 다음 해인 82년 타나메라 컨트리클럽이 18홀짜리 가든코스를 개장했다. 정부가 나서서 직접 골프장을 건설했다. 공항 주변 유휴지에 골프장을 짓는 아이디어는 당시 리콴유(李光耀·이광요) 싱가포르 총리가 내놓았다고 한다.

창이공항 개항의 주역이자 타나메라 컨트리클럽 설립자인 심키분이 소개한 일화가 있다. “(78년께) 난 창이공항 건설을 맡고 있었다. 하루는 리 총리와 함께 헬리콥터를 타고 상공에서 공항 건설현장을 시찰하고 있는데 (주변 부지를 유심히 살펴보던) 그가 갑자기 ‘공항 옆에 골프장을 만들자’는 얘기를 꺼냈다.”

심 회장은 75년부터 84년까지 싱가포르 통신부 차관을 맡으면서 창이공항 개항을 진두 지휘했다. 골프장의 두 번째 코스(탐피네스)는 88년 문을 열었다. 여자골프의 수퍼스타였던 안니카 소렌스탐, 로레나 오초아도 이 골프장에서 열린 대회에 참가한 바 있다.

라구나 내셔널골프 & 컨트리클럽도 바로 인접해 있다. 타나메라와 달리 라구나는 민간자본으로 건설됐다. 민간컨소시엄이 정부 소유 부지 126만㎡(약 38만 평)를 30년간 빌려 골프장을 짓고 운영하는 대가로 1억 3100만 싱가포르달러(약 1140억원)를 투자했다. 스카이 72골프클럽과 유사한 방식이다. 91년 개장 당시 싱가포르에서는 사실상 최초의 민간 운영 골프장이었다.

창이공항 북측에는 창이골프클럽도 있다. 9홀짜리로 역시 정부 소유다. 특히 8번 홀은 세계에서 가장 좁은 홀로 이름이 알려져 있다. 이 골프장은 원래 영국군 장교들을 위해 만들어졌다. 이 때문에 오래된 막사와 장교 숙소, 포좌, 공습 피난용 벙커 등 2차세계대전 당시 영국군 유적들이 코스를 따라 그대로 남아 있다.

98년 개항한 홍콩 첵랍콕국제공항은 아예 세계 최초로 공항 내에 골프장을 만들었다. 2006년 7월에 문을 연 9홀짜리 ‘스카이시티 나인 이글스 골프코스’다. 공항 제2터미널에 인접한 코스로 7개의 파 3홀과 2개의 파 4홀로 구성돼 있다. 꽤나 까다로운 코스라는 평가다. 항공기 탑승객은 물론 공항 환송·환영객, 공항직원 등에게 개방된다.

일본에도 공항 주변에 골프장이 많이 들어서 있다. 도쿄 인근 나리타국제공항은 제1활주로와 제2활주로 바로 옆에 골프장이 하나씩 있다. 다이헤이요 골프클럽과 나리타 골프클럽이다. 99년 개장한 다이헤이요 클럽은 18홀 규모다. 역시 같은 규모인 나리타클럽은 2005년 개장했다.

항공운송 산업이 가장 발달한 미국은 그만큼이나 공항 주변에 골프장이 즐비하다. 현재 미국에서 민간항공기 운항이 가능한 공항은 500여 개라고 한다.

텍사스 댈러스의 포트워스국제공항 주변에선 베어크리크 골프클럽이 특히 유명하다. 공항 활주로 끝에서 1㎞ 정도 아래에 위치해 있는 골프장으로 유명 골프잡지인 골프 다이제스트에서 ‘미국 내 톱 50 리조트 코스’에 선정되기도 했다. 세계적인 골프코스 설계자인 테드 로빈슨이 설계했다고 한다. 각 18홀씩을 갖춘 동코스와 서코스로 구성돼 있다. 시애틀의 타코마공항 남측 활주로 바로 끝에는 18홀짜리 골프장인 티벨리 골프코스가 자리하고 있다. 66년에 개장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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