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미국 인내 시험하는 북한 동창리 ICBM 기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4면

북한이 미국의 인내를 계속 시험하고 있다. 핵물질 제조에 사용될 수 있는 우라늄 농축 시설을 공개한 데 이어 최근에는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장까지 완공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영변 핵시설로부터 불과 70㎞ 거리에 위치한 동창리 기지는 함경북도 화대군 무수단리에 있는 기존의 발사 기지에 비해 규모는 5배, 발사대 크기는 1.5배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ICBM급 장거리 미사일이 미국 본토를 향해 발사되는 악몽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는 셈이다.

 북한은 1998년 대포동 1호를 시험발사한 것을 시작으로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개발에 박차를 가해 왔다. 알래스카와 미 서부 해안까지 도달할 수 있는 ICBM급인 대포동 2호를 2006년과 2009년 시험발사했고, 같은 해 각각 핵실험까지 실시했다. 제임스 클래퍼 미 국가정보국(DNI) 국장은 16일 상원 정보위원회에 출석, “대포동 2호 발사가 실패했지만 2009년 실험은 2006년보다 좀 더 완성된 성능을 보여줬다”고 증언했다. 지난달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은 북한이 ICBM을 이용해 미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하는 시기를 10년에서 5년 후로 줄여서 평가하고, “북한의 미사일 능력은 미국에 대한 직접적 위협이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ICBM 제조 능력과 더불어 발사 시설 건설에서도 북한이 발 빠른 진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미국을 압박해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이려는 것이 북한의 의도로 보이지만 미국이 북한 뜻대로 움직여줄지는 미지수다. 그보다는 기존의 ‘전략적 인내’ 기조를 유지하면서 미사일방어(MD) 체제 강화와 북한 핵·미사일 시설에 대한 물리적 개입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을 겨냥한 핵과 미사일이 부메랑이 되어 북한 자신을 찌르는 비수(匕首)가 될 수 있는 것이다. 허망한 강성대국의 꿈을 접고 핵과 미사일 개발에 퍼붓는 돈을 굶주린 주민을 위해 쓰는 것이 북한 지도부의 현명한 선택이다. 북한은 핵과 미사일 개발 중단을 선언하고, 진지한 대화의 장(場)으로 나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