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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도 멈춰도 한 해 수백억 적자 … 용인경전철 ‘용인의 재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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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민간투자비 1조1000억원이 들어간 용인시 경전철이 고철덩어리로 전락할 위기에 놓였다. <관계기사 4면>

운행하자니 엄청난 세금 낭비가 뻔하다. 그렇다고 완공한 철로와 역사를 부술 수도 없다. 무리한 사업 추진으로 생긴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들에게 돌아가게 됐다.

 15일 오후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삼가동 용인 경전철 차량기지. ‘YongIn EverLine’이라고 쓰인 객차 30대가 선로에 덩그러니 서 있다. 8개월째다.

 이 경전철은 지난해 7월 개통할 예정이었다. 민간 컨소시엄인 용인경전철㈜이 4년간 공사를 해 완공했다. 그러나 시운전만 몇 차례 한 게 전부다. 15개 역이 들어선 18.1㎞ 구간의 철로는 녹만 슬고 있다. 시민들 상대의 시승식도 지난해 9월 중단됐다.

 경전철이 멈춘 건 시민의 세금이 걸려 있어서다. 용인시는 2004년 7월 사업계획을 확정했다. 하루 평균 승객을 14만 명으로 잡고, 민간 사업자에 보장하는 최소운영수입보장(MRG·적자운영비 보조금) 비율을 90%로 정했다. 실제 운임수입이 예상치의 90% 미만이면 그 차액을 시가 메워준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지난해 경기개발연구원의 분석 결과 경전철 이용 승객은 하루 3만 명도 안 될 것으로 나타났다. 2004년의 승객 수요 예측치가 부풀려졌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7월 취임과 동시에 개통 승인을 거부한 김학규 현 시장은 “경전철을 지금 개통하면 1년에 550억원씩 30년 동안(운영계약기간) 총 1조6500억원으로 예상되는 경전철회사의 적자를 세금으로 메워줘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 용인시 예산 1조3268억원보다 많은 돈이다.

 시의회와 시민들은 이런 세금 낭비 사업의 감시에 무관심했다. 박순옥 용인시의회 전 의원은 “그동안 경전철 사업의 문제점을 여러 차례 지적했지만 아무도 귀담아듣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시가 무작정 버티기도 힘들다. 사업자가 경전철 사업을 포기하면 관련 시설을 용인시가 인수하고 대신 투자비 전액을 물어줘야 한다. 용인경전철㈜ 최승혁 부장은 “개통이 안 돼 하루 이자만 1억2000만원씩 무는 등 경영이 어려워 지난달 시에 협약 해지를 통보했다”고 말했다.

용인=정영진·최모란 기자

숫자로 본 용인경전철

4년 공사기간(2005년 12월~2009년 12월)

1조1000억 투자금액(원)

18.1㎞ 총 길이(15개 역)

30년 민간업체가 운영

550억 한 해 적자 보전 예상액(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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