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해야할 이유 책에서 찾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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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시 쌍용동 ‘본 스터디’ 학원에서 진행 중인 독서토론수업에 참여한 학생들이 자기주장을 펼치며 열띤 찬반토론을 벌이고 있다. [조영회 기자]

천안 불당중 예비3학년 조영준(16·아래사진)군은 중학교에 입학해 전체 450여 명 중 300등 정도에 머무는 성적을 기록했다. 그러나 2학년 2학기 중간고사에서 157등, 기말고사에서 69등을 차지했다. 전교 석차가 불과 몇 개월 만에 급상승하는 기염을 토했다. 지난 몇 개월 동안 조군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글=장찬우 기자
사진=조영회 기자

천안시 쌍용동에 있는 ‘본 스터디’ 학원은 한 달에 두 번 중등부 학생들을 대상으로 독서토론 수업을 진행한다. 학원에서 추천하는 책을 읽고 주제를 정해 찬반토론을 하는 방식이다.

 지난주 열린 독서토론에서는 박지원이 지은 ‘허생전’을 읽고 찬반토론이 벌어졌다. ‘허생의 경제활동이 정당했는가’가 주제였다. “자기이익을 구하지 않고 산적들을 도왔으니 정당하다”는 학생도 있었고 “매점매석으로 국가 경제기반을 흔들었으니 잘못”이라는 반대의견도 나왔다.

본 스터디는 중등부 학생들에게 한 달에 4권을 책을 읽도록 한다. 1주에 책 한 권을 읽을 때 마다 학원에서 나눠 준 독서장에 줄거리,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 느낀 점 등을 기록한다. 또 그 중 2권의 책을 선정해 2주에 한 번씩 주제를 정해 토론수업을 진행한다.

 반복해서 독서장 기록을 불성실하게 하거나 책을 읽지 않고 토론수업 참여하는 학생의 경우 학원을 더 이상 나오지 못하게 하는 강력한 제재도 가해진다.

 본 스터디 학원은 국어, 영어, 수학, 과학, 사회과목을 모두 가르치는 종합학원이지만 한 반 정원이 10명을 넘지 않는 이른바 단과 연합학원이다. 이런 사설학원에서 독서토론수업을 하는 것은 보기 드문 일이다.

 주요 과목만 잘 가르치면 되는 학원에서 이렇게까지 독서토론 수업에 열을 올리는 이유가 뭘까? 조성훈 본 스터디 학원장은 당초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학원을 운영하다 지난 5월 중등학원 문을 열었다.

 천안이 비평준화 지역이다 보니 고교 입시 경쟁이 지나치게 치열해 정작 대입 경쟁력은 뒤쳐진다는 문제의식 때문에 중등학원을 시작했다. 중학생부터 올바른 교육이 진행되어야 고교에 가서도 공부를 즐기게 되고, 그래야 원하는 대학을 갈 수 있다는 확신이 있어서다.

 아울러 강압적으로 공부만 가르치는 수업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독서토론 수업을 계획했다. 평소 좋은 책을 읽은 학생들은 스스로 자기 목표를 세우고, 목표를 이루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게 될 것이라는 기대를 했다. 더불어 대입제도가 논술이나 구술면접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으니 이 또한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했다.

‘본 스터디’ 학원은 독서토론수업 외에도 매니저라는 특별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학교로 치면 일종의 담임선생님 같은 제도다. 매니저 선생님은 자신이 담담하는 학생의 수업태도 등 학업은 물론 개인적인 고민상담까지 꼼꼼하게 챙긴다. 함께 공부하는 친구들이나 선생님, 모두가 서로 친해지고 신뢰를 쌓아야 학습 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조성훈원장의 교육철학이 반영됐다. [조영회 기자]

조 원장의 예상은 적중했다. 독서토론 수업은 국어는 물론 영어, 수학, 과학, 사회과목 등 전 영역에 걸쳐 성적을 향상시키는 성과를 나타냈다. 독서토론 수업을 받은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경제, 사회, 역사 등의 지식을 쌓으면서 공부해야할 목표를 만들어 갔다. 토론과정에서 친구들과의 경쟁뿐 아니라 신뢰도 더해갔다. 선생님을 믿고 따르는 마음도 더해졌다.

 앞서 소개한 조군 역시 불과 5개월 만에 성적이 급상승 한데는 본 스터디의 독서토론 수업이 한 몫 했다. 조군은 “토론할 때는 서로 자기주장을 하지만 끝나고 나면 친구들은 물론 선생님과도 더욱 가까워지는 걸 느꼈다. 무엇보다 독서토론 수업을 하면서 공부해야 할 이유가 분명해 졌다. 공부에 대한 자신감을 얻었다는 것이 가장 큰 변화”라고 말했다.

 조성훈 본 스터디 원장은 “독서토론수업이 성적향상에 직접적인 도움을 준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또 모든 학생이 독서토론수업을 받고 성적이 올랐다고 할 수도 없다. 그러나 독서토론 수업에 참여한 학생 중 상당수가 스스로 공부해야 할 이유를 책에서 찾고 있는 것만큼은 분명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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