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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명하·재남 부부 '당신은 내 운명', "가여워서…너무 고마워서"

미주중앙

입력

소아바미·시각 장애인인 신명하·재남 부부는 둘의 사랑을 ‘운명’이라고 말한다. 서로에게 완벽한 ‘반쪽’인 부부가 환하게 웃고 있다. 백종춘 기자

목발 한 쪽에 두 사람이 기댔다. 팔짱 낀 두 사람 사이에 목발이 있다.

신명하(61)씨는 4살 이후로 걸어본 적이 없는 소아마비 장애인 그의 옆자리를 지키는 아내 재남(50)씨는 21년전 교통사고로 앞이 보이지 않는 시각장애인이다.

"손님을 바래다 드리고 집에 들러 아내를 픽업하느라 좀 늦었습니다." 명하씨는 택시 운전을 하고 있다. 왼쪽과 오른쪽 다리 길이가 다르지만 운전할 땐 정상인과 다름없다. 유일하게 속상한 것은 손님의 짐을 트렁크에 직접 싣고내리지 못하는 것 뿐이다.

명하씨는 아내의 눈이고 발이다. 식사도 남편의 몫. "완전 여왕님이시네요?"라는 말에 부부는 소리내어 웃는다.

"점심은 남편이 챙겨주고 저녁은 우리 아들이 준비해요. 남편은 하루에도 5~6번씩 '배 안고파? 조금만 기다려'라며 전화를 걸어요. 또 1주일에 4번 시각장애인 교회에서 컴퓨터.하모니카.점자 수업이 있는데 항상 남편이 데려다 줘요."

1984년 2월 두 사람은 친한 아저씨와 소녀에서 부부의 연을 맺었다. 지팡이를 짚은 34살의 노총각과 어여쁜 스물 셋 처녀는 '사랑에 장애는 장애물이 아니다'는 것을 온몸으로 보여줬다. 둘 사이에 딸 아들이 차례대로 태어났다. 행복한 나날이었다.

결혼한 두 사람은 형님이 계시던 브라질로 넘어가 벨트공장에서 일했다. 바쁘고 힘든 타지생활이었지만 곁에 토끼같은 처자식이 있는 것만으로도 명하씨는 감사했다. 장애가 있어 늘 '결혼은 사치'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아내에게 고맙고 또 고마웠다.

"아내가 사고를 당했을 땐 정말 '죽어버릴까'라고 생각했습니다. 너무 가여워서요. 젊은 나이에 보잘 것 없는 나에게 시집와 고생만 하다가 눈도 멀어버렸으니… 그러다 마음을 다시 잡았죠. 이제 내가 보답할 차례라고."

한국에 잠시 나갔던 1990년 재남씨는 전주에서 택시에 탔다가 두 눈을 잃었다. 택시가 벽과 충돌하며 뒷좌석에 있던 그는 차량 앞유리를 뚫고 튕겨져 나갔다. 1년간 병원에서 꼼짝없이 누워있었다. 지금도 몸의 50%가 부자유하다.

마침 인터뷰가 진행된 10일은 부부의 27번째 결혼기념일이었다.

"선물은 자주 주고 받으세요?"라고 묻자 재남씨가 남편에게 '여보 머니(Money) 많이 주세요'란다. 담백한 애교다.

부부는 서로 '고마워요'라는 말을 아끼지 않는다고 했다. TV 채널도 서로 양보한다. 아파본 사람만이 아픈 사람의 마음을 안다고 했던가. 장애는 두 사람의 거리를 더욱 좁혔다.

그들이 생각하는 사랑이 궁금했다. 한참동안 그들은 서로 바라봤다.

"사랑은 운명입니다."

오늘(14일)은 밸런타인스 데이. '너는 내 운명'이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행복하다.

구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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