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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진 수난시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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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마진(margin)은 대개 이윤(利潤) 또는 이문(利文)으로 풀이된다. 판매가격에서 매출원가를 뺀 금액이다. 국어사전은 ‘장사 따위를 하여 남은 돈’이라고 설명한다. 이 설명대로라면 영어로 profit(이익)에 가깝다. 최종적으로 남은 돈이라는 뜻이 강하기 때문이다. 옷가게를 하는 사람이 도매상에서 1만원에 사온 셔츠를 1만3000원에 팔면 마진이 3000원이라고 한다. 여기서 가게 임대료와 인건비·전기료 등 일반관리비와 마케팅비용을 빼야 이익이 된다.

 은행 용어인 예대(預貸)마진도 단순한 개념이다. 대출 금리에서 예금 금리를 뺀 차이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예대마진이 크면 장사를 잘하는 은행이라는 뜻이다. 싸게 사온 옷을 비싸게 파는 것과 같은 이치이기 때문이다. 예대마진이 큰 은행은 앉아서 거저 돈장사를 한다는 공격을 받곤 한다. 하지만 당사자들은 예대마진은 자금을 조달하고 대출하는 과정에 들어가는 제반 비용을 감안하지 않은 것이기 때문에 이익으로 보면 곤란하다고 항변한다. 이런 시각에서 보면 마진은 중간 이윤이 맞다. 하지만 일상에서는 이익과 별 차이 없이 쓰인다.

 예부터 유교관념이 강했던 우리나라는 장사를 천하게 여겼다. 사온 값대로 팔아야지 얼마큼이라도 마진을 붙이면 사람을 속이는 행위로 본 것이다. 이문을 붙인다면 아주 조금만 붙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박리다매(薄利多賣)란 말이 생겨난 배경도 이럴 것이다. 하지만 연암 선생의 『허생전』을 보면 잔치나 제사용 과일을 몽땅 사들여 10배의 이문을 붙여 파는 대목도 나온다.

 마진은 파는 사람이 시장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자율적으로 정하는 것이다. 그런데 21세기에 자본주의를 한다는 대한민국에서는 이걸 맘대로 할 수 없다. 이른바 ‘마진 수난시대’다. 이마트 피자와 롯데마트의 통큰 치킨은 마진을 너무 적게 남긴다고 비난받았다. 롯데는 청와대의 공격을 받아 며칠 만에 장사를 접기까지 했다. 물건 값을 싸게 받겠다고, 다시 말해 마진을 적게 보겠다고 했다가 철퇴를 맞은 것이다.

 같은 정부가 이번엔 정반대로 날뛰고 있다. 100% 민간 기업인 정유사와 통신업체들의 마진이 너무 높다며 이를 낮추라고 연일 팔을 비틀고 있다. 어느 장관은 자신이 회계사 출신임을 과시하며 “내가 직접 원가계산을 하겠다”고 나섰다. 정유사의 마진율이 3%면 충분히 높은 것이라며 낮추라는 것이다. 아예 정부가 기업마다 마진율을 정해주고, 이를 어기는 사장님은 ‘국립대학’으로 모시는 것이 어떨까.

심상복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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