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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CEO에게 듣는다 ① 이현 현현교육 대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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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수를 하면 성적이 크게 오를 거란 생각은 착각입니다.” 대학입시전문 현현교육의 이현(47사진) 대표는 “성공하는 수험생은 따로 있다”며 ‘철저한 자기 분석’을 입시 준비의 최우선 조건으로 꼽았다. 중등 교사 출신으로 1996년 교육방송(EBS) 수능 사회탐구 강사로 출연했던 그는 15년째 대입 수험생을 가르쳐 왔다. 지난달 28일 서울 송파구 스카이에듀(SKYEDU) 본사에서 그를 만나 어떤 학생이 입시에서 성공하는지 물었다.

-자기분석을 잘하는 수험생이란.

 “수험생은 두 부류다. 공부를 잘하는 학생과 잘하고 싶은 학생. 차이는 시간 통제능력에 있다. 잠을 예로 들어보자. 공부를 잘하는 학생은 잠도 잘 잔다. 잘 때 잘 자니까 공부할 땐 집중력을 발휘한다. 필요하면 낮잠도 즐긴다. 맑은 정신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반면 학업이 부진한 학생은 잠을 줄이고 공부시간을 늘리겠다는 강박관념에 잡혀 있다. 뇌도 활동하려면 휴식이 필요하다는 점을 간과한다. 등·하교 이동시간이 없는 기숙학원만 해도 수업을 빼면 평일 하루 중 혼자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이 7~8시간뿐이다. 학습성과를 높이려면 이를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해야 한다. 수능 준비는 마라톤이기 때문이다.”

-재수를 하면 성적이 오를 거란 기대감이 크다.

 “성적이 오르는 재수생 비율은 절반에 불과하다. 30%는 제자리 걸음이고 20%는 되려 떨어진다. 재수생은 같은 내용을 반복하니까 성적이 오를 거라 생각한다. 그게 함정이다. 학교 통제에서 벗어나다 보니, 한눈 팔다 정작 하반기부터 입시 준비에 몰입하기쉽다. 그러나 여름 이후엔 마음이 조급해져 학습효과가 떨어진다. 승패는 6월에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성공하는 수험생 대부분은 6월 수능모의평가에서 성적이 오른 학생들이었다. 이런 사례를 여럿 봤다. 즉 언어·수리·외국어영역 성적에서 전년과 달라진 모습을 전반기 때 보여줘야 한다.“

-전반기에 어떻게 공부하냐에 달렸단 뜻인가.

 “그렇다. 이 또한 자기분석에서 출발한다. 6월 모의평가에서 성적 상승폭이 높은 수험생은 전반기에 취약점을 찾아 보완한 학생이다. 독해 속도가 취약한 학생에겐 3월까지 단어 3000개를 외우게 했다. 그 결과 3등급에서 1등급으로 올랐다. 듣기가 취약하면 듣기훈련에 집중했다. 내신과 비교과 성적이 낮은 학생에겐 논술고사에 초점을 뒀다. 매주 글쓰기를 하고 강사가 일대일로 학생과 토론을 벌이며 글을 첨삭해줬다. 이 학생들은 그 해 상위권대학에 입학했다. 이렇게 전반기에 약점을 메워야 후반기에 도약할 수 있다.”

-약점을 찾고 적합한 전략을 짜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많은 학생들이 묻는다. 재수를 하면 성적이 올라가는지, 오르면 얼마나 오르는지… 핵심은 실현 가능한 목표를 찾는 일이다. 목표를 단계적으로 보여주고 실천을 독려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스카이에듀는 2년 전부터 ‘재수 성공가능성 진단’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수능성적을 입력하면 통계자료와 성공사례를 바탕으로 영역별·지원전공별로 성적이 오를 수 있는 구간과 가능성을 보여준다. 5개년 수능시험과 모의고사를 종합·분석한 ‘수능실력진단’ 프로그램도 제공한다. 영역별 예상등급과 약점을 극복하는 학습방향 등의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이렇게 목표치를 설정하는 것이 첫 걸음이다. 초반부터 EBS문제집에 매달리는 것만큼 어리석은 공부도 없다. EBS교재 수만도 수십여 권이다. 그러다 보니 요약본까지 나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수능출제기준은 변함없이 교과서다. 자신에게 무엇이 가장 시급하고 필요한지 핵심을 고민해야 한다.”

-열심히 공부하는데 결과는 다르다. 이유가 뭔가.

  “실패한 학생들도 “정말 열심히 했다”고 말한다. “화장실 가는 시간까지 쪼개 책을 붙들고 살았다”고 하소연한다. 문제는 학습분량이 아니라 학습태도다. 책상에 앉아있는 시간과 성적은 비례하지 않는다. 학습내용을 내 것으로 만드는 공부에 달려있다. “행렬 문제 모두 풀 수 있어”라고 물으면 “대부분요”라며 머리를 긁는 학생이 많다. 이는 못 푸는 문제가 있다는 뜻인데, 얼버무린다. 이럴 땐 모든 행렬문제를 수십 번 반복해 풀어야 한다. 어떤 유형이 나와도 모두 풀 수 있는 자신감을 길러야 한다. 이렇게 알면서도 방치하는 허점들을 찾아 강화하는 공부가 비결이다. 학원 강좌나 기숙학원을 찾을 때도 이 점을 고려해야 한다. 스파르타식 관리가 아니라 수업에 집중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고, 성적이 의미 있게 오른 사례가 많은 곳을 선별하는 안목이 필요하다.”

<박정식 기자 tangopark@joonga.co.kr 사진="김경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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