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마르크스 국가론으론 진지한 정치 불가능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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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참여정책연구원장이 10일 파주 집필실에서 중앙SUNDAY와 인터뷰하고 있다. [조용철 기자]

국민참여당 유시민(52) 참여정책연구원장은 “민주당 무상복지 시리즈가 선거용 캐치프레이즈론 의미 있을지 모르지만 ‘신뢰의 위기’를 극복하는 데는 전혀 도움이 안 된다”며 “우리도 이명박 대통령처럼 747 공약(7% 성장, 국민소득 4만 달러, 세계경제 7위)이나 하게 될까 두렵다”고 말했다. 13일 발행된 중앙SUNDAY와 인터뷰에서다. 그는 국민참여당 전당대회(3월 12일)에 당 대표로 단독 출마한 상태다. 그를 10일 경기도 파주 출판단지에 있는 사무실에서 만났다.

-무상급식 논란이 뜨거운데.

 “(여당은) 재벌 손자·손녀에게 왜 공짜로 밥을 주느냐는데, 그 재벌 할아버지가 세금을 엄청 많이 냈다. 그 돈으로 많은 아이들이 급식하는데 손자·손녀에겐 왜 밥을 주면 안 되나. 나는 이건희 회장 손자·손녀에게 공짜 밥을 주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세금 많이 냈다고 손자·손녀 밥값을 따로 받는 건 오히려 부자에 대한 징벌이다. 그건 좋고 공평한 거다. 왜 오세훈 서울시장이 그런 주장을 하는지 모르겠다.”

-민주당은 무상복지 시리즈를 내놨는데.

 “3무1반(무상급식·무상의료·무상보육·반값 대학 등록금)이라고 덜컥 내놨는데 구호일 뿐이다. 정책을 잘못 내면 신뢰는 더 깨진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진보·보수를 갈라치고 원조·명품 진보와 짝퉁 진보를 나누는 게 아니다. 길게 보고 국민의 신뢰를 다져갈 때다.”

 노무현 정부에서 복지부 장관을 맡았던 그는 이 대목에서 일본 하토야마 정부의 사례를 들며 “당시 ‘야당은 역시 저렇게 뻥뻥 질러야 돼’라는 말이 많았지만 나는 ‘감당 못할 거다, 공약 못 지킬 거다’ 싶어 무척 불안했다. 결국 집권해 바꿔놓은 게 뭐가 있느냐. 하루살이처럼 정치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며 “지금 야권이 겪고 있는 어려움의 근본은 신뢰의 위기”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신뢰가 없으면 어떤 정책을 내놔도 국민이 안 믿어주고, 그런 상황에서 정책마저 잘못 내면 신뢰는 더 깨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근혜식 한국형 복지’에 대한 평가는.

 “지금 내놓은 게 사회보장기본법 개정안뿐이다. 아직 개론서 수준이라 평가하기엔 이르다. 다만 복지 담론이 이제 진보세력의 전유물이란 사고는 버려야 한다. 독일 비스마르크도 그랬고 우리나라도 대부분의 사회보험이 박정희·노태우 정부 때 도입됐다. 마음먹기에 따라 보수도 착한 일을 할 수 있다. 진보·보수의 경계선도 칼로 두부 자르듯 그어지는 게 아니다. 구체적인 정책으로 들어가면 넘나들게 돼 있다.”

-요즘 국가론에 천착하고 있는데.

 “다음 주까지 초고를 끝내면 4월에 책(가제 『우리에게 국가는 무엇인가』)이 나올 것 같다. 개인적으로 자유주의와 마르크스주의 국가론 사이를 왔다 갔다 했던 것 같다. 그런데 마르크스주의 국가론의 가장 큰 문제는 정치적 무기력이다. 국가에 냉담하고 정치에 냉소적인 정서로는 진지한 정치가 불가능하다. 역사를 보면 국가는 정의를 세우는 걸 목표로 하고 실제 그런 방향으로 진화해왔다. 이젠 자유주의와 목적론적 국가론의 결합을 통해 적극적으로 사회적 공동선을 추구하는 국가를 만들어갈 때다.”

-같은 야당 동료가 ‘싸가지 없다’고 비판해 화제가 된 적이 있는데.

 “나는 직업 정치인으로서 책임의식이 별로 없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퇴임하면 그만두고 빨리 집에 갈 생각만 했다. 그러다 보니 불성실하고, 냉소적이고, 무책임해 보였던 게 사실이다. 동료 의원들이 나를 불신했던 게 이해가 된다. 앞으론 좀 더 진지하게, 책임의식을 갖고 정치할 생각이다. 그래도 요즘은 안티가 꽤 줄었다더라(웃음).”

글=박신홍 기자
사진=조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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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소속기관

생년

[現] 국민참여당 주권당원
[前] 보건복지부 장관

195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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