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호두과자’ 만든 올굿 이종우 대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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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호두과자를 개발한 농업회사법인 올굿 이종우(왼쪽) 대표와 부인 이순선씨가 제품을 들어 보이며 한껏 웃고 있다. [조영회 기자]

천안시 서북구 쌍용2동 주민센터 인근에 있는 33㎡(10평) 남짓한 공간. 50대 부부가 자동화 기계 앞에서 사이좋게 호두과자를 만들고 있었다. 한쪽 면은 여느 호두과자와 다르지 않은데, 반대쪽엔 ‘쌀’이란 불도장이 찍혀 있었다. 한눈에 쌀로 만든 것이라 알 수 있었다.

 천안 명물 호두과자가 새롭게 태어났다. 밀가루로 만들어진 겉옷을 100%우리쌀로 갈아입었다. 농업회사법인 올굿(주)의 ‘쌀 호두과자’. 지난달 천안의 쌀 농사꾼 이종우(57)씨가 천안농업기술센터와 함께 새롭게 개발, 선보인 제품이다.

 자신이 천안시 성환읍에서 직접 생산한 쌀을 쓰고, 여기에 무항생제 달걀과 천연벌꿀을 넣는다. 또 한약재를 이용한 천연방부제로 건강을 챙긴다.

 그의 작품(?)이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건 아니다.

 밀가루보다 쌀가루가 비싼 것이 단점이고, 점성이 약한 쌀가루로 호두과자를 만든다는 것 또한 기술적으로 어려운 일이었다. 고민이 계속 되던 차에 지난해 농촌진흥청에서 공모한 농업인 애로기술개발사업에 ‘쌀 호두과자 개발’아이템이 선정됐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개발을 시작했다. 실패에 실패를 거듭한 끝에 지금의 호두과자를 만들었다.

 시제품이 나오면 딸 다예(18)양과 윤수(17)군, 그리고 주위 사람들에게 맛을 선보여 결점을 잡아낸다. 한 번은 쌀 호두과자 맛을 본 아들의 친구가 블로그에 칭찬글을 올려 입소문이 퍼지기도 했다.

 이씨는 국내산 호두, 팥을 원하면 주문 제작도 해준다. 다만 단가가 조금 올라간다. 또 사전에 협의만 하면 마케팅 할 수 있는 글씨도 새겨 넣어 줄 수 있다. 주문을 받으면 그때부터 제작에 들어간다.

 홈페이지(www.all-good.co.kr)를 통해서도 주문을 받을 계획이며, QR코드도 기획하고 있다. 포장용 상자는 재생지로 만들 만큼 환경도 고려했다.

 사실 이씨는 쌀 호두과자 개발 전부터 유명세를 탔던 농업인이다. 1997년, 남들이 알아주는 직장을 그만두고 고향으로 돌아왔다. ‘다람쥐 쳇바퀴’의 도시생활이 싫어 20여 년의 서울생활을 접었단다. 이듬해인 1998년, 그가 시작한 일은 쌀장사. 유통단계를 줄여 소비자와 직접 거래를 하면 이윤이 커지고 쌀의 품질도 인정받는다고 생각한 것이다. 인터넷을 이용한 쌀 직거래 장터 ‘해드림’을 만들었다. 당시에는 파격적인 아이디어였다. 유명세는 국내에 머물지 않고 세계적으로 퍼져나갔다. 국내 언론은 물론 미국 시사잡지 타임지에서도 이씨와 그가 만든 홈페이지를 소개한 것이다.

 그는 국내 농산물 전자상거래의 선두주자로 성공을 하게 됐고, 같은 해 농림수산식품부로부터 신지식농업인장을 수여받기도 했다. 하지만 유명세와 성공에도 불구하고 단순한 쌀 판매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었다. 지속적인 쌀 소비 감소와 과잉생산에 따른 재고 등으로 인해 쌀의 시장경쟁력은 점점 약해져 갔다. 보다 부가가치가 높은 쌀 가공을 고민하다가 생각해 낸 것이 쌀 호두과자다.

쌀을 생산하고 있기에 원료 수급에 경쟁력이 있었고, 자신이 사는 지역이 호두과자로 유명한 천안이라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이씨의 호두과자에는 정성과 노력이 한껏 담겨 있다. 호두과자에 새겨져 있는 ‘쌀’이란 글자는 자신이 버드나무 가지로 화선지에 그려냈다. 그것도 서울 홍대 앞 디자인 회사를 1년 동안 찾아다니며 상의하고, 고민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포장용 상자에 그려진 바코드는 ‘벼’를 형상화 했다. 올굿의 ‘올’자는 어머니가 앉아서 팔을 벌리고 있는 모습을, ‘굿’자는 어린 아이의 모습을 형상화 했다. 직접 농사 지은 쌀부터 포장까지 정성이 들어가지 않은 곳이 없다.

 이씨는 “쌀 호두과자 개발을 통해 조금이라도 쌀 소비가 늘어나고, 우리 아이들에게는 우리땅에서 자란 농산물로 건강한 간식거리를 제공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말했다. “어린 시절부터 쌀을 접해야 성인이 돼서도 쌀에 친숙할 것”이라며 쌀 소비 촉진에 대한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주문 문의=041-592-5253

글=김정규 기자
사진=조영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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