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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밥 아이 낙인’ 막는 법안 … 개학 코앞인데 국회 태업 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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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현재 초·중·고교에서 저소득층 학생 일부만 무상급식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학교에 학생들이 직접 무상급식을 신청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저소득층 학생들은 “나는 공짜 밥을 먹는 가난한 집 아이”라는 마음의 상처를 입는다. 이른바 ‘낙인효과’다. 이를 막기 위해 올 신학기부터 학교가 아닌 주민센터에 학부모가 지원을 신청하게 하는 ‘낙인효과 방지법’을 정부가 국회에 제출했지만 석 달째 방치돼 3월 개학을 앞두고 교육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8일 사회복지전산망과 연계해 주민센터에서 교육비 지원 신청을 받을 수 있게 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현행법상 기초생활보장 수급권자, 한부모 가정 보호대상자 등 저소득층 가정의 학생이 4대 교육비(학비·급식비·방과후 학교 수강비·정보화지원비) 지원을 학교에 직접 신청하게 해 ‘무상교육 대상자’로 낙인을 찍는다는 비판 때문이었다. 민주당은 “빈곤층 아이들만 무상급식을 하고 있어 한 끼 밥을 먹는 것보다 10배, 100배의 상처를 입고 있다”(정세균 최고위원)며 ‘낙인효과’를 무상급식 전면 도입의 근거로 삼기도 했다.

 그래서 정부는 복지전산망과 연계한 ‘교육비 지원 시스템’을 만들어 학교를 통하지 않고 학부모가 주민센터(동사무소)에서 급식비는 물론 각종 교육비 지원 신청을 바로 할 수 있게 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교육비 지원정보시스템 개발비 등에 30여억원의 예산도 책정한 상태다. 미국이 학교 관할 교육청, 프랑스가 지방자치단체에서 학부모의 소득수준에 따라 급식비를 차등 지원하고 있는 시스템을 늦게나마 도입하려 한 것이다.

 하지만 국회 교과위원회는 9일 현재까지 법안을 상정조차 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12월 8일 올 예산안의 단독처리 이후 국회가 파업 중이기 때문이다.

 여야 원내대표들이 합의한 대로 2월 국회가 열리더라도 국회 교육과학위원회가 법안을 제때 처리할지는 미지수다. 국회 교과위는 18대 국회 후반기 들어 단 한 건의 법안도 상정하지 않을 정도로 ‘태업’으로 악명이 높다. 한나라당 간사인 서상기 의원은 9일 “3월 2일 개학 전에 법안을 처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당 교과위 간사인 안민석 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2월 국회가 정상화돼도 지난해 12월 날치기 처리한 서울대 법인화법을 철회하고, 과학벨트를 충청권에 주도록 하고,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날치기에 사과해야 다른 법안도 성실히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교과부 관계자는 “개학까지 국회에서 입법이 안 될 때는 온라인이나 우편으로 무상급식 신청을 받을 수 있게 하는 등 다른 대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효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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