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벌써, 엔씨소프트 이펙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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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9구단 창단이 가시화되면서 프로야구판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창원 연고의 엔씨소프트와 부산이 홈인 롯데의 라이벌전이 벌써 화제에 오르는가 하면 10구단 창단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사진은 엔씨소프트가 홈으로 쓰게 될 마산구장에 2008년 만원 관중이 들어찬 모습. 마산구장은 그동안 롯데의 제2홈구장으로 사용됐다. [중앙포토]


남쪽이 뜨겁다.

 지난 8일 경남 창원 KBS의 9시 뉴스는 ‘축제’ 분위기였다. IT기업 엔씨소프트가 창원을 연고로 한 프로야구 9구단 우선협상기업으로 확정되자 당일 지역 뉴스 6개 중 4개를 9구단 창단 관련 소식으로 자세히 다뤘다. 특히 ‘굿바이! 롯데’라는 헤드라인으로 새 구단을 갖게 된 창원시의 기대를 전했다. 반면 롯데 구단의 연고지인 부산 KBS 9시 뉴스는 냉담했다. 9구단 창단 관련 뉴스는 1초도 넣지 않았다. 부산 지역방송인 KNN은 뉴스 말미에 20초짜리 단신으로 한국야구위원회(KBO) 이사회 결과만 짧게 다뤘다. 지역 라이벌이 될 롯데와 엔씨소프트의 신경전이 벌써부터 시작된 느낌이다.

 ‘엔씨소프트 이펙트(effect·효과)’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8개 구단에서 하나가 늘어났지만 그 파급효과는 숫자 이상이다. 특히 창원은 마치 곧 시즌이 시작돼 엔씨소프트가 리그에 참여하기라도 하는 듯 후끈 달아올랐다.

 선수와 코치로 지난해까지 28년간 롯데 유니폼을 입었던 박영태 전 롯데 수석코치는 마산에서 중·고등학교를 다녔다. 박 전 코치는 9일 “통합 창원시는 예전부터 부산 못지않은 야구 열정이 있는 도시”라며 “창원시에서 충분히 9구단이 성공할 것”이라고 큰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9구단 창단은 10구단까지 리그가 확대되는 기폭제 노릇을 할 전망이다. 홀수팀으로는 정상적인 시즌을 치르기 어렵다. 1986~90년 7개 구단 체제일 때는 매일 돌아가면서 1개 팀은 쉬어야 하는 기형적인 일정을 겪었다. 짝수 팀으로 만드는 것 외에는 해결책이 없다.

 이상일 KBO 사무총장은 8일 “9, 10구단이 함께 2014년 1군에 참가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최근 한 시즌 관중이 600만 명에 육박할 정도로 치솟은 야구 열기, 기업과 지자체들의 야구단 창단에 대한 높은 관심 등에 힘입어 내친김에 10구단 창단까지 이어갈 계획이다. 10구단 후보로는 엔씨소프트와 함께 9구단 창단을 경쟁했던 비공개 기업이 두 곳 있다. 중견건설업체 B도 수원시를 연고로 야구단 창단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KBO는 “9구단의 선수 수급이 해결되면 곧바로 10구단 창단을 가시화할 것”이라고 했다.

 엔씨소프트는 프로야구판에 새로운 바람을 준비하고 있다. 컨설팅업체에 프런트와 코칭스태프 구성에 대한 전반적인 자문을 구해놓았다. 엔씨소프트의 이재성 홍보담당 상무는 “성별, 학력, 국적을 불문하고 발탁할 것이다. 지역과 구단 문화 및 이미지를 초반부터 잘 알릴 수 있는 전문가를 영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초대 감독이 누가 될지도 관심사다. 후보 물망에 오르는 김인식 전 한화 감독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제의가 들어온다면 맡을 생각이 있다”고 답했다. 반면 선동열 전 삼성 감독은 “신생구단 감독에 대해 생각이 없다. 당분간 쉬고 싶다”고 말했다.

 엔씨소프트는 기존 구단과는 차별적인 마케팅 전략도 수립 중이다. 엔씨소프트의 온라인 게임을 즐기면서 야구 경기 소식과 자신이 좋아하는 선수의 성적을 실시간에 알 수 있는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기존 구단들은 그룹 모기업에 의존해 주요 의사 결정에 많은 시간이 걸리는 편이다. 그러나 엔씨소프트는 구단주를 맡을 김택진 대표의 신속하고 과감한 결정으로 벌써부터 시선을 모으고 있다.

한용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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