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회 기자의 클로즈업] 촛불난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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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면

천안 중앙시장을 찾았습니다. 영하의 추운 날씨에 카메라를 든 손이 장갑을 꼈어도 시려 옵니다. 20년 간 시장 골목 한 켠을 지켜 온 할머니를 만났습니다. 할머니는 꽁꽁 언 두 손을 호호 불어가며 조개 껍질 벗기는 일에 한창입니다. 문득 할머니가 깔고 앉은 차가운 양철통을 들어다보니 뭔가 있었습니다. 자세히 보니 하얀 양초 몇 개가 타고 있습니다. “이게 이래 뵈도 얼마나 뜨신디. 전기나 가스난로는 돈이 많이 들잖어…” 할머니의 겨울을 함께하는 건 다름 아닌 촛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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