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은 감정을 관장하는 뇌부위와 관련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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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은 기묘하고 덧없으며 신비롭다. 그러나 과연 꿈에 중요한 의미가 담겨 있는 것일까. 정신분석학계와 신경과학계는 지난 수십 년 동안 그 질문에 대해 서로 상반된 대답을 내놓았다.

정신분석학계는 지그문트 프로이트가 ‘무의식에 이르는 왕도(王道)’라고 일컬었듯 마음 속 깊이 감춰진 욕망을 상징적 이미지로 드러낸 것이 바로 꿈이라고 주장해왔다. 반면 신경과학계에서는 꿈을 임의적인 뇌활동의 부산물, 다시 말해 기계적인 것으로 파악해왔다.

이 해묵은 논쟁은 감정을 관장하는 뇌영역이 꿈꾸는 과정에서 일정한 역할을 담당한다는 최근의 새로운 연구 결과로 다시 불붙고 있다. 정신분석학계는 이 연구 결과를 프로이트의 생각이 옳았음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최근 몇 년 동안 프로이트 이론은 많은 비판을 받아왔다). 물론 신경과학계의 생각은 그와 다르다.

당연한 일이지만 꿈 연구는 수면 연구와 병행한다. 인간은 하룻밤 2시간 정도 깊지만 활동적인 수면단계를 거친다. 바로 급속한 안구운동이 일어나는 REM 단계다. REM의 원인은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지만 REM 단계에서 꿈을 가장 많이 꾼다. REM은 중뇌(中腦)와 연수(延髓) 사이의 조직으로 호흡과 심박 같은 자율기능을 관장하는 뇌교(腦橋)가 통제한다. 따라서 꿈 역시 뇌의 자율기능임이 틀림없다는 것이 곧 과학적인 정설로 자리잡게 됐다.

그러나 요즘의 신경과학자들은 그보다 더 복잡한 상호작용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있다. 美 국립 ‘청각·의사소통 장애 연구소’의 앨런 브라운 박사 팀은 REM 수면 단계에서 감정·시각과 관련된 뇌부위가 활성화되는 반면 논리·계획적 사고와 연관된 부위는 비활성 상태에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그것이 바로 꿈에서 생생한 시각적 이미지가 나타나고 감정이 고조되지만 기이하고 군데군데 연결이 안 되는 이유일지 모른다. 거의 동시에 영국의 신경과학자 마크 솜즈는 자율기능과 연관된 뇌교가 정상적이지만 욕구나 목표추구와 연관된 부위에 손상을 입은 환자는 꿈을 꾸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런 사실은 꿈이 소원·욕망과 관계 있다는 것을 시사할지 모른다고 솜즈는 말했다. 그는 “프로이트의 꿈이론 전체를 증명하지는 못했지만 그의 생각 방향이 맞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 논쟁이 끝나려면 아직 멀었다. 브라운은 꿈이 표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을지 모르지만 무의식의 표상으로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하버드大의 신경과학자 J. 앨런 홉슨은 정신분석학계가 프로이트의 학설을 뒷받침하기 위해 그 연구결과를 이용한다면 그것은 ‘밑빠진 독에 물 붓기’라고 꼬집었다.

프로이트는 신경과학을 정신연구에 접목시키려 했으나 포기하고 말았다. 당시 과학이 그만한 수준에 이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美 정신분석학회의 리언 호프먼 박사는 프로이트가 오늘날 살아 있다면 “자신의 ‘꿈’이 결실을 맺는 것을 보고 매우 흥분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꿈이란 결국 이 모든 논쟁의 시발점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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