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가족이 함께 떠나는 하루 학습여행, 여기 어때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올 방학엔 유난히 추웠던 날씨 탓에 제대로 된 바깥 나들이를 하지 못한 가족이 많다. 개학 전, 온 가족이 함께 하루 일정의 여행을 떠나 보는 건 어떨까. 여행이 직업인 엄마 이동미(한국여행작가협회 홍보이사)씨와 교사인 아빠 임재원(강화 승영중)씨 가족이 떠난 서울일일 학습여행을 따라가봤다.

책에서 소재 찾아 여행지 결정

18일 오전 서울 홍대 정문 옆 벽화골목 안. 임씨 가족이 대형 벽화가 그려진 담벼락 앞에섰다. 이곳은 엄마 이씨가 미술에 유독 관심이 많은 딸 소라(강화 선원초 6)를 위해 추천한 오늘의 첫 번째 여행지다. 전봇대엔 노란 메모지 모양의 그림이, 헌 옷 수거함에는 담요 그림이 큼지막하게 그려져 있다. 모자이크처럼 다른 주제로 채워진 그림 조각을 살피던 소라는 “숨어 있는 고양이 그림이 있어요!”라고 들뜬 목소리로 외쳤다. 주위를 살피던 아들 성묵(강화 선원초 2)이는 하수구 아래 시커먼 먹물을 맞고 있는 모습으로 그려진 남자를 찾아내 깔깔 웃었다. 차 한대가 겨우 지나갈만한 좁은 골목길 담벼락마다 빼곡하게 그려진 벽화를 보느라 아이들은 추위도 잊은 채 시간가는 줄 몰랐다.

점심식사를 마친 뒤 두 번째로 방문한 곳은 인사동 거리. ‘소라의 독후활동’이 주제다. 최근 인상 깊게 읽은 『사금파리 한 조각』에 등장하는 청자로 만든 오리연적을 찾아보기 위해서다. 오후에는 성묵이가 가고 싶어하는 삼청동의 토이키노 박물관에 들르기로 했다. 세계 각국의 아기자기한 장난감이 전시된 곳이다. 성묵이는 “집에 놓여 있는 여러 박물관의 팜플렛 중 가장 가고 싶었던 곳을 직접 골랐다”며 “내가 가자고 한 곳이고 사전 정보검색도 직접 해 더 기대된다”고 말했다.

여행지마다 충분한 시간 안배해야

여행작가인 엄마를 둔 남매는 아주 어려서부터 여행 습관이 들었다. 교사인 아빠가 쉬는 ‘놀토’가 되면 가족이 함께 여행에 나선다. 장소 선정은 자유롭다. 엄마가 직업상 가는 곳을 가기도 하고 남매가 평소 가고 싶었던 곳을 정해 떠나기도 한다. 관심사에 맞춰 장소부터 정한 뒤 그 장소에서 학습 포인트를 찾아내는 것이 핵심이다. 자칫 아이들이 학습과 여행을 연결해 부담을 가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이씨는 “유명한 먹을거리를 찾아 5일장을 찾으면 ‘시장 체험’이 되고, 전쟁기념관을 찾으면 ‘역사’가 테마가 된다”고 말했다.

여행계획을 짤 때는 욕심을 부리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계획은 70%만 완성한 채 떠나는 것이 좋다. 나머지 30%는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떠오르는 계획으로 충당한다. 시간 단위로 자세한 계획을 세우게 되면 목표를 채우려고 자칫 기계적으로 움직이기 쉽다. 어른보다 집중력이 부족한 초등학생과 여행하면서 부모의 기준에 맞춰 하루 4개 이상의 장소를 돌아보는 식의 계획도 무리가 따른다.

아빠 임씨는 “흔히 어른들은 ‘어디를 갔다 왔는지’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아이들은 ‘뭘봤는지’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어른들 판단으로 한 장소에 짧은 시간을 배정하면 아이들은 부족함을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관심을 높이기 위해 미리 시간을 제한하는 것도 효과적일 수 있다. 아이들이 한 곳에 머무를 수 있는 시간을 예측할 수 있어 좀더 집중해 관찰해서다. 숙박을 할 경우 숙소를 미리 정하는 것도 피했다. 숙소를 중심으로 모든 동선이 돌아가 정작 원하는 곳에 가지 못하는 상황이 종종 발생한다는 것을 경험한 뒤 부터다.

이씨 가족은 개학하기 직전 바닷가로 여행 갈 예정이다. 아빠 임씨의 추천이다. 임씨는 “여름의 바닷가는 너무 붐벼 가족이 함께 백사장을 걷기도 힘들다”며 “학년이 바뀌기 직전 아이들의 들뜨고 긴장된 마음을 차분하게 바꾸고, 마음가짐에 대한 대화를 함께 나눠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가족여행은 아이들의 사회성을 발달시키는 데 매우 효과적”이라며 “방학을 활용해 낯선 장소와 새로운 사람들을 많이 만나보는 경험이 새 학기를 대비하는 아이들에게 좋은 영향을 끼치게될 것”이라고 여행을 권했다. 

[사진설명]“그림속으로 여행을 떠나봐요.” 이동미씨 가족이 홍대앞 벽화골목에서 기찻길놀이를 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 이지은 기자 ichthys@joongang.co.kr / 사진=김진원 기자 >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