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사설

장애 극복한 ‘긍정의 힘’에 날개 달아줘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0면

시각장애인 김경민씨는 교사의 꿈을 이루게 됐다. 엊그제 임용고사에 최종 합격한 것이다. 그것도 특수학교가 아닌 일반학교 교단에 서게 된다. 김씨의 동반자 ‘미담이’는 이제 배움이 아니라 가르침의 동반자가 됐다.

뇌성마비로 지체장애 3급인 전우영씨는 카피라이터다. 지난해 말 100대 1의 경쟁을 뚫고 대형 광고회사에 취직했다. 어휘를 선택하는 탁월한 능력, 무엇보다 동료와의 친화력에서 점수를 땄다고 한다.

 이들의 공통점은 ‘긍정의 힘’이다. 말 그대로 ‘장애는 불편할 뿐, 불행한 것은 아니다’는 자세다. 김씨는 특유의 성실성으로 대학을 조기에 수석 졸업했다. 전씨는 “몸이 불편한 대신 풍부한 감성을 얻었다. 장애가 운명이라면 그 자체를 즐기면 된다”고 했다. 우리 사회에는 작은 장애물에도 쉽사리 포기하는 멀쩡한 청소년들이 부지기수(不知其數)다. 그런 점에서 이들의 장애에 대한 성찰, 인생을 살아가는 자세에 깊은 존경과 갈채를 보낸다.

 그럼에도 사회는 여전히 장애물투성이다. 전국의 등록 장애인은 240만 명으로 20명 중 1명꼴이다. 하지만 2009년 기준 장애인 의무고용률은 1.87%다. 법이 정한 2%에 못 미친다. 교육기관이 더욱 심해 지난해 서울·경기교육청의 장애인 고용률은 1%도 안 됐다. 특수교육 대상 아동에 대한 지원도 부실해 지난해 전국의 3~5세 등록 장애아 7111명 중 30%인 2155명만 혜택을 받았다. 무상교육에만 열을 올릴 뿐, 장애아동 특수교육에는 신경조차 쓰지 않는 셈이다. 작년 말 한 지체장애 아이의 아버지가 “내가 없어야 정부 혜택을 더 받는다”며 세상을 등진 것은 어쩌면 이 같은 사회의 씁쓸한 단면이다.

 장애를 극복한 이야기는 늘 감동적이다. 그러나 이제는 우리 사회가 함께 ‘감동 스토리’를 엮어가야 한다. 그들만의 ‘스토리 텔링(story-telling)’을 넘어 함께 쌍방향으로 만드는 ‘스토리 빌딩(story-building)’이다. 이들이 꿈을 펼치도록 사회적 장애물을 치웠을 때, 장애는 ‘짐’이 아니라 ‘날개’가 된다. 그것이 진정한 국격(國格)이고 선진국의 요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