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오바마, “한국선 교사가 국가 건설자” 라는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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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버락 오바마(Barack Obama) 미국 대통령이 국정 연설에서 한국 교육을 모범 사례로 또 언급했다. 이번엔 교사다. “한국에선 교사가 국가 건설자(nation builder)로 불린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미국에서도 교육자들을 이 같은 수준으로 존경해야 할 때라고 했다. “조국의 장래나 자녀의 인생에 기여하고 싶다면 교사가 돼 달라”고 호소하기 위해 꺼낸 말이다. ‘스푸트니크 모멘트(Sputnik moment)’의 위기를 맞은 미국의 국가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교육과 교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오바마 대통령의 절절한 심중(心中)이 읽힌다.

 오바마 대통령의 말처럼 한국 교사들이 ‘국가 건설자’라는 말을 들을 만큼 사회적 존경과 인정을 받고 있는가에 대해선 의구심(疑懼心)이 없지 않다. 전교조 교사들만 해도 그렇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5부는 그제 “상당수의 전교조 교사가 법률을 위반해 민주노동당에 당원으로 가입하고 당비를 납부했다”고 판결했다. 형사 22, 23부는 같은 날 민노당에 후원금을 낸 전교조 교사 130여 명에게 정치자금법 위반에 해당한다며 벌금 30만~50만원씩을 선고했다. 재판부의 말마따나 ‘단순한 지식의 전달자가 아니라 학생들에게 인생의 좌표와 모범이 되는 존재’인 교사들이 국가의 근간인 헌법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한 것이다. 이런 교사들을 누가 ‘국가 건설자’라고 부르겠는가.

 일반 교사들도 ‘국가 건설자’라는 자긍심을 갖지 못하는 게 작금(昨今)의 교단 현실이다. 한국교총 조사 결과 ‘최근 교직 만족도가 떨어졌다’고 응답한 교사 비율이 55.4%에 이른다. 전직을 생각해 본 적이 있다는 교사도 과반수다. 50대 이상 교사는 80% 이상이 명예퇴직을 고민하며, 가장 큰 이유로 ‘교권 추락’(60.7%)을 꼽는다. 이러고도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길 바라는 건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교사의 헌신은 교사로서의 자긍심과 사명감에서 나온다. 교사 스스로 본분을 다하려는 의지와 노력 못지않게 교사를 존경하고 배려하는 사회 풍토가 조성돼야 하는 이유다. 그래야 교사가 명실상부(名實相符)한 ‘국가 건설자’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