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단 테스트서 130㎞대 그친 김병현…호시노 “구위 살아날 것, 기다려 보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6면

미국 메이저리그 출신 투수 김병현(32·사진)이 일본에서 새로운 야구 인생에 도전한다.

 김병현은 지난 25일 일본프로야구 라쿠텐과 1년간 40만 달러(4억4000만원)에 입단 계약했다. 2007년을 끝으로 메이저리그 마운드를 떠나 미국 독립리그 등을 전전하다 4년 만에 새 둥지에 자리를 잡았다.

 그가 라쿠텐 유니폼을 입기까지는 우여곡절이 있었다. 라쿠텐은 메이저리그에서 54승60패 86세이브를 올린 김병현을 지난해 11월16일 일본으로 불러 입단 테스트를 했다. 당시 김병현은 오랜만에 마운드에 오른 데다 손가락에 물집이 잡히는 등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다. 공 스피드도 시속 130㎞대에 그쳤다. 그러나 호시노 센이치 라쿠텐 감독은 “김병현의 구위를 스프링캠프에서 제대로 보고 싶다”며 강력한 영입 의지를 드러내 두 달여 만에 입단을 성사시켰다.

 김병현의 에이전트인 이동훈씨는 26일 “호시노 감독에 대한 좋은 느낌도 김병현이 계약을 결심하게 된 이유 중 하나다. 또 라쿠텐의 연고지인 센다이가 도쿄·오사카 다음으로 한국 교민이 많은 편이라는 점도 작용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호시노 감독은 주니치 사령탑 시절이던 1990년대 말 선동열·이종범·이상훈 등 한국 선수 세 명을 영입한 인연도 있다.

 라쿠텐 구단은 2004년 10월 창단한 일본프로야구 ‘막내 팀’이다. 지난해 퍼시픽리그 6개 팀 중 최하위에 머무르는 등 약체로 분류된다. 라쿠텐은 김병현이 전담 마무리로 뛰어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일본 스포츠호치는 26일 “‘세계의 소방수’ 김병현이 라쿠텐에 입단함에 따라 우승을 위한 마지막 퍼즐을 맞췄다”고 평가했다. 김병현은 2월 1일부터 일본 오키나와에서 열리는 팀 스프링캠프에 참가한다.

 이로써 올 시즌 일본프로야구에는 김병현을 비롯해 박찬호·이승엽(이상 오릭스), 임창용(야쿠르트), 김태균(지바 롯데), 이범호(소프트뱅크) 등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대거 몰려 선의의 경쟁을 펼치게 됐다.  

김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