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dyhawke O.S.T.

중앙일보

입력

지난 영화들을 되돌아 본다는 것은 매우 흥미롭습니다.

특히 자칭 영화광들, 또는 매니아들에게 있어서 지나간 영화들의 역사를 섭렵(?)한다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행위이자 과정입니다.

바로 이러한 행위와 관심의 반복은 영화전반에 대한 이해, 상식과 더불어 영화라는 매체 전반에 대한 이해를 돕기도 하는 것입니다.

또한 이런 노력에는 영화가 끝나고 난후, 또는 대강 훑어보아도 알만한 굵직굵직한 크레딧에 대한 이해와 그에 대한 섭렵이 큰 몫을
차지하는데 이 영화 '레이디호크'가 바로 그러한 경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선 '슈퍼맨'의 환타스틱함으로 - 또는 흥행의 보증수표로 낙인찍힌 시리즈물 '러셀웨폰'으로
흥행감독의 입지를 굳힌 리차드도너가 감독을 맡고 있어 감독에 대한 부가적인 학습이 필요없는 편안함을 주고 있습니다.

또한 '블레이드러너'에서 비운의 인생을 살아가는 복제인간의 우두머리를 연기하면서 해리슨포드보다도 더욱 강렬한 인상을 심어준
룻거하우어가 이 영화에서 다시 한번 비운의 남자 주인공을 맡고 있습니다.

게다가 최근에 편안한 중년의 이미지로 대중들에게 더욱 매력적인 미셀파이퍼가 아름다운 젊은 시절의 모습으로 등장하는 것은 이러한
'지난영화 다시읽기' 학습의 가장 큰 포인트가 되기에 충분한 것입니다.

영화를 즐기는 또 다른 방법 - 바로 그 다양함의 재미를 이 영화에서 몇몇 스탭들과 배우들의 크레딧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영화의 음악을 맡은 앤드류파웰은 당시 국내에서 음악 매니아들을 제외하고는 많이 알려진
바 없었던 - 전혀 그렇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낯선 인물의 영화음악 참여라는 사실로 인해 - 탓에 무명이라는 뜻밖의 꼬리말이
따라 다녔던 것입니다.

하지만 앤드류파웰은 자신의 재능을 적극적으로 발전시켜 오랜기간동안 팝음악계에서 탈장르의 미학을 꾸준히 추구했던 선구적인 뮤지션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는 인물입니다.

우선 명프로듀서이자 탁월한 엔지니어인 알란파슨즈의 몇몇 음반에서 오케스트레이션을 담당했는데 그의 밴드 알란파슨즈 프로젝트의
음악에서 들려지던 익숙한 음들을 웅장한 오케스트레이션으로 재편곡 한 바 있습니다.

그 결과로 세상에 내놓은 음반은 흔하디 흔한 '베스트음반'이라는 형식임에도 불구하고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던 것입니다.(마치
마이클카멘이 많은 팝뮤지션들과의 협연으로 자신의 음악적 영역을 확장시켰던 것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 '레이디호크'의 음악은 그의 장기인 훌륭한 오케스트레이션과 인트로부분에서의
현악기군의 서정성이 돋보임에도 불구하고 몇가지 아쉬움을 남기고 있습니다.

우선 시대를 초월한 사랑을 음악으로 표현하는 이 어려운 작업이 서두부분의 신중함에서 갑자기 전환되는 전자악기들의 등장으로 많은
부분을 훼손시키고 있다는 점입니다.

사실 이 단점은 많은 매니아들이 공감하는 아쉬움중의 하나이기도 한데, 더욱 안타까운 것은 전자악기의 도입부를 한결같이 이펙트가
제거된 건조한 사운드로 일관해 오케스트레이션의 효과와 완전한 일치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바로 이점이 영화속에서 음악을 감상하는데 있어 큰 장애요소로 작용하고 있기도 합니다.
앤드류파웰이 장르를 넘나드는 실험자의 역할에서는 훌륭하게 자신의 역할을 해냈지만 극영화에서 반드시 필요한 몇가지 요소를 소홀히
한 결과이며, 때때로 이펙트의 적절치 못한 사용과 사운드 메이킹의 결정적인 실수는 바로 영화의 환상적인 분위기를 망칠수도 있다는
예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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