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먼·그뤼벨·판디트 … 금융 거물의 귀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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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JP모건 제이미 다이먼 회장, 스위스 UBS 오스발트 그뤼벨 CEO, 씨티그룹 비크람 판디트 CEO, BOA 브라이언 모니한 CEO, HSBC 더글러스 플린트 회장(왼쪽부터)


매년 초 열리는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을 잘 들여다보면 그해 정치·경제 권력의 향방을 가늠할 수 있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26일(현지시간)부터 스위스 다보스에서 5일간 열리는 이 포럼엔 30여 개국 정상과 전 세계 100여 개 국가 1400여 명의 최고경영자(CEO) 등 2500여 명의 정치·경제·학계 인사가 참석한다.

 올해 주제는 ‘새로운 현실의 공동규범’이다. 지난해 중국과 인도의 부상, 식량자원 가격 급등과 같은 인플레이션 위험, 최근 논란이 된 위키리크스 등 새롭게 등장한 불안 요인에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방안을 모색하자는 것이다. 클라우스 슈바프 WEF 회장은 “금융위기 이후 서에서 동으로, 북에서 남으로 정치와 경제적 힘의 축이 이동하고, 빠른 속도로 기술혁명이 이뤄지는 등 새로운 시대를 맞고 있다”며 “새로운 시대에 발맞춘 글로벌 협력 등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참석자들의 면면을 보면 올해 다보스포럼은 정치 권력에서 경제 권력으로 무게중심을 옮겨오는 모습이다. 지난해에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각국 정상이 모여 국제 금융규제 방안 등을 논의했다. 하지만 올해는 유럽 재정위기를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하는 유로존 국가 정상들이 줄줄이 참가하지만 미국과 중국 등의 정상은 참석하지 않는다.

세계경제포럼(WEF) 행사 관계자들이 24일 회의장 주변을 정비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되레 금융위기 이후 발길을 끊었던 금융계 거물들이 속속 귀환했다. 미국 JP모건의 제이미 다이먼 회장과 스위스 UBS의 오스발트 그뤼벨 CEO 등이다. 브라이언 모니한 뱅크오브아메리카(BOA) CEO도 포럼에 참가한다. 씨티그룹도 비크람 판디트 CEO를 비롯한 대규모의 대표단을 다보스에 보낼 예정이며 HSBC의 더글러스 플린트 회장과 신임 스튜어트 걸리버 CEO도 행사에 참석할 계획이다. 다보스 산자락의 고급 리조트를 찾을 CEO는 1400여 명으로 예상된다.

 파이낸셜 타임스(FT)는 “금융위기 등을 거치며 금융인이나 기업인 등에게 부정적인 시각이 늘어난 상황 속에서 다보스포럼이 이들 CEO에게 서로 조언을 구하는 도피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경제 회복 등 제 앞가림에 바쁜 미국 기업 관계자의 참석은 뜸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유로존 국가들의 정상들은 다보스로 집결한다. 유로존 내에서 불거진 각국의 재정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강화하고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등 재정위기 해법을 집중 논의하기 위해서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 등 유럽 수뇌부가 총출동한다.

 미국 정부에서는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과 래리 서머스 전 미국 국가경제위원회 의장 등이 참석한다. 중국은 천더밍(陳德銘·진덕명) 상무부장을 대표로 한 정부대표단의 격을 낮추는 대신 기업인으로 구성된 대표단의 참가인원을 늘려 세를 과시할 전망이다. 

하현옥 기자

◆다보스포럼(Davos Forum)=매년 1~2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개최되는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의 다른 이름. 독일 출신 유대인인 클라우스 슈바프(Klaus Schwab) 제네바대 교수가 세계경제 발전 방안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1971년 만들었다. 민간재단이 만든 회의지만 세계 각국의 유명 기업인과 경제학자, 정치인 등이 모이면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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