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쿵제, 칼자루는 쥐었으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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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본선 8강전>
○·김지석 7단 ●·쿵제 9단

제12보(125~135)=백△로 잡으며 한 단락이 마감됐지만 전체 바둑은 더욱더 짙은 암흑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우선 우상 귀의 사활. 패가 종료된 상황이지만 ‘참고도’ 흑1로 젖히면 다시 패가 된다. 한 수 늘어진 패라고는 하나 흑에게 팻감이 많아질 경우 판을 단번에 뒤집을 수 있는 엄청난 위협으로 둔갑할 수 있다. 다음은 잡혀 있는 하변 흑과 이를 에워싸고 있는 중앙 백과의 관계. 흑은 3수고 백은 4수라(더 늘어날 여지도 있다) 흑이 죽었다. 그러나 만약 외곽이 선수로 봉쇄되는 날엔 그 두터움으로 인해 우측에서 뻗어 나온 백 대마가 더욱더 위험해질 수 있다. 그리고 코앞에 떨어진 당면 과제, 즉 대마의 사활이 완전 안갯속이다.

 가만 보면 칼자루는 쿵제 9단이 쥐고 있다. 백이 안고 있는 세 가지 약점을 흑이 정교하게 연결시킬 여지는 충분해 보인다. 하지만 바둑이란 그게 전부가 아니다. 결국은 집의 우열로 승부를 보는 것이 바둑이기에 상대의 집이 커지면 마음이 불안해진다. 미래 가치는 모두 공수표로 끝나도 현재의 집은 그대로 남는 것. 지금 쿵제가 세 가지 유리한 점에도 불구하고 마음은 가시방석인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133은 그런 불안이 자아낸 ‘알 수 없는’ 손찌검. 쿵제는 드디어 135로 대마의 진로를 차단했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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