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동자 왜 굴리나” 때리고 세수할 땐 거울도 못 보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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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2005년 ‘알몸 신고식’ 사진이 인터넷에 유포된 데 이어 전경 3명이 근무지를 탈영했던 강원경찰청 307 전경대 소속 이모(20) 이경 등 6명이 “부대 내에서 구타와 가혹행위를 당했다”고 주장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일부 전경은 돈을 빌려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선임에게 구타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24일 경찰청에 따르면 이 이경 등은 23일 오전 4시45분쯤 강원도 원주시 봉산동의 소속 부대 근무지(숙소)를 집단 이탈했다. 이날 오전 원주의 한 PC게임방에서 e-메일을 통해 서울경찰청에 구타 및 가혹행위에 따른 피해를 신고했다. 이들은 지난해 11월 입대한 동기들로 같은 해 12월 초 자대 배치를 받은 직후 선임들로부터 여러 차례 구타를 당했고, 각종 가혹행위로 고통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는 선임들이 ▶욕을 해도 관등성명을 대라고 했고 ▶고참들 기수와 이름, 군가가 적힌 종이를 나눠 주고 시간을 정해 그때까지 외우게 했으며 ▶경찰 버스 안에서는 의자 등받이에 허리를 못 붙이게 한 채 정면만 쳐다보게 하는 등의 수법으로 괴롭혔다고 주장했다. 근무 대기 중에는 눈동자조차 돌려선 안 됐고, 이경 동기들과 대화를 나눌 수 없는 데다 세면을 할 땐 거울 보는 게 금지됐다는 것이다. 이들은 또 저녁 점호가 끝나도 손을 무릎에 대고 팔을 쭉 편 상태에서 어깨를 귀에 붙인 채 앉아 있어야 했다고 호소했다. 이들은 다음 날인 24일 오후 3시14분쯤 소속부대로 복귀했다.

 경찰은 피해 사실을 신고한 전경들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이들을 경찰청으로 옮겨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은 또 소속 부대를 지휘하는 경찰관과 전경대원 등을 상대로 사실 여부를 조사할 방침이다. 강원경찰청 307 전경대는 2005년 6월 이 부대에 배치된 신입 전경들이 알몸으로 신고식을 하는 사진이 인터넷에 유포됐고, 같은 해 7월에는 전경 3명이 잇따라 탈영해 국가인권위원회 조사를 받았다.

송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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