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는 민주당 전ㆍ월세대책위원장의 해법은

조인스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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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호기자] 전세난민 하면 으레 ‘서민’이 먼저 떠오른다. `국회의원 전세난민`은 아무래도 낯설다. 그런데 있다. 그것도 야당의 전·월세대책위원장이다. 주인공은 민주당의 원혜영(60·사진) 의원이다.

그는 재작년 말 1억4000만원 하던 전세가 1억8000만원으로 오르는 통에 신용대출로 겨우 전셋값을 맞춰 줬다고 한다. 부천시장을 거쳐 원내대표를 지낸 3선의 중진 의원이자 풀무원의 창업주이기도 한 원 의원, 그가 전셋값이 없어 고생했다니 뜻밖이었다. 18일 오전 9시, 여의도 한 호텔 커피숍에서 그를 만났다. 전세대책 간담회 등으로 바빠 힘들게 시간을 잡았다.

-전세 때문에 사연이 있다는데.“2008년 18대 총선을 반년 정도 앞두고 지역구인 경기도 부천시 오정구로 이사했다. 선거 사정이 좋지 않았다. 그 전까진 나고 자란 부천시 원미구에서 살았다. 국민주택단지 109㎡(33평)형에 1억4000만원짜리 전세를 얻었다. 그러다 2009년 12월, 집 주인이 4000만원을 올려 달라더라. 신용대출을 받아 겨우 막았다. 올해 말이면 계약이 다시 끝난다. 어떻게 할지 벌써 머리가 아프다.”

-풀무원 창업주잖나. 돈 많을 텐데.
“정치를 시작하면서 운동권 출신과 관련된 회사라고 불이익을 당할까봐 상표권만 갖고 모든 지분을 처분했다. 이후 상표권도 처리했다. 나와는 사실상 별 관계가 없다.”

지분은 친구인 남승우 현 풀무원 홀딩스 대표에게 모두 넘겼다. 상장 후 상표권을 처리하면서 생긴 20억여원은 자신이 만든 장학재단에 기부했다. 기부 정치의 원조인 셈이다. 원 의원은 2009년 공직자 재산공개 때 7억2460만원을 신고했다. 유기농의 선구자격인 아버지 원경선(97)옹의 재산을 빼면 채무가 더 많다고 한다.

그는 최근 민주당이 꾸린 ‘전월세 대책 특위’ 위원장을 맡았다. “전세로 고민해본 사람이 가장 잘 안다”며 같은 당 박병석 의원이 강하게 추천했다고 한다.

-전세난이 얼마나 심각한가.
“처음엔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봤다. 그러나 지금 보니 추세로 굳어질 듯하다. 매 2년 계약 때마다 3000만~4000만원이 오르는 게 보편화한다는 얘기다. 대충 따져도 한 달에 200만 원씩 저금해야한단 얘기다. 그럴 여력 있는 사람 많지 않다.”

-근본 원인은 뭔가.
“‘빚을 내서라도 집을 사는 게 이득’이라는 패러다임이 깨지고 있다. 국가 정책도 따라서 바뀌어야 한다. 분양주택을 늘리는 게 아니라 임대주택 위주로 가야한다. 이명박 정부는 거꾸로다. 2007년 14만 가구 수준이었던 임대주택 공급 물량이 2009년엔 7만가구로 절반이 됐다. 게다가 보금자리주택만 밀어붙이는 바람에 그나마 집을 사려던 사람마저 안 사고 있다. 시가의 최고 절반 값인 보금자리 주택만 노리기 때문이다.”

전세 대책은 큰 틀에서 복지대책이다. 최근 정치권을 달구고 있는 복지 논란과 궤를 같이한다. 원 의원은 복지 재원 논란에 뛰어드는 모양새가 될까 조심스러워했다.

-어떤 대책을 준비중인가.
“3조원 규모인 공공주택 정책을 임대주택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 단기적으론 주택임대차 보호법을 개정해 전ㆍ월세 가격에 상한을 두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여기엔 별도 재원도 필요 없다. 5% 등 얘기가 나오는데 개인적으로는 물가 상승률에 얼마 정도를 더해 상한을 정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다. 대학등록금 상한제는 3년 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1.5배를 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이런 예를 따르면 여야간 합의는 어렵지 않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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