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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강남세브란스병원 공동기획 ‘척추건강 캠페인’ ②·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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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세브란스병원 진동규 교수가 다음날 척추를 수술할 환자와 보호자에게 수술방법에 대해 설명을 하고 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제공]


젊었을 때부터 간헐적인 허리 통증에 시달린 정선자(가명·62·서울 서대문구)씨. 10년 전부터 다리 통증이 예사롭지 않았다. 급기야 최근엔 대소변을 가릴 수 없어 병원을 찾았다. 진단명은 ‘척추관협착증’. 강남세브란스병원 척추신경외과 진동규 교수는 “척추질환은 20대부터 시작되지만 증상이 사라졌다 나타났다를 반복해 질환을 키운다”고 말했다. 같은 과 구성욱 교수는 “척추질환을 그대로 놔뒀다가는 비뇨기계와 다리로 가는 신경이 눌려 돌이킬 수 없는 합병증이 생긴다”며 조기 치료를 권했다.

20대부터 디스크 노화 시작 돼

척추질환은 노인질환이 아니다. 척추뼈 사이엔 완충 작용을 하는 젤리형의 디스크가 있다. 이 디스크는 여러 겹의 질긴 막으로 둘러싸여 있다. 하지만 견고한 막도 반복되는 압력과 충격엔 속수무책이다. 20대 중반부터 노화되거나 갑작스러운 충격에 찢어져 디스크가 흘러나온다. 이 디스크가 척추 안을 지나가는 신경을 건드리면 통증이 발생한다. 이른바 ‘척추디스크’다. 대부분 디스크가 흘러나온 허리 부위가 아니라 다리가 더 아프다. 허리디스크가 누른 신경이 다리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경미한 허리디스크는 물리치료와 약물치료로 개선된다. 그러나 디스크가 파열되면 해당 부분을 제거하는 수술을 한다. 진동규 교수는 “최근에는 2~3㎝만 절개하는 최소절개법으로 디스크를 제거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우에 따라 디스크 증상이 사라지기도 한다. 구성욱 교수는 “원인이 제거된 것이 아니라 몸이 통증에 무뎌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상태로 계속 놔두면 ‘척추불안증’으로 발전한다. 디스크가 빠져나간 부위의 척추 뼈는 서로 어긋나고, 범위가 점차 커진다. 이 과정에서 허리에 심한 통증을 느낀다. 주로 40~50대에 많이 나타난다. 척추불안정증은 물리치료와 운동으로 치료하고, 그래도 통증이 줄지 않으면 어긋나 있는 뼈를 고정하는 수술을 한다.

60~70대엔 척추관 협착증 급증

60~70대에 접어들면 본격적인 퇴행성 척추질환이 나타난다. 대표적인 것이 척추관협착증이다. 진동규 교수는 “40~50대 척추불안정증을 겪은 사람은 척추 뼈가 안정되는 과정에서 뼈가 비후해지며, 척추관 주변의 뼈·인대 역시 두꺼워진다”고 말했다. 비후된 척추관은 신경다발을 눌러 통증을 일으킨다.

 척추관협착증이 나타나면 걷기 불편해진다. 똑바로 서서 걸으면 튀어나온 뼈와 인대가 척추관을 압박해 다리 뒤쪽이 당기듯 아프다. 허리를 숙이면 신경이 덜 눌려 꼬부랑 자세가 된다.

 척추관협착증은 수술이 필요하다. 디스크, 비후해진 뼈, 인대를 긁어내거나 척추관 자체를 넓혀 고정한다. 최근에는 수술연령이 높아졌다. 진동규 교수는 “우리 병원만 해도 척추수술 평균 연령대가 1998년 46세였지만 2008년 54세로 약 9세가 늘었다. 지난해에는 92세 노인이 수술을 받았다”고 말했다.

 여성 노인은 압박골절도 조심해야 한다. 폐경기 이후 골다공증 때문에 작은 충격에도 뼈가 내려앉는다. 2~3주간 입원해 안정을 취하거나 통증이 심하면 뼈를 붙이는 시술(풍선성형술·골 시멘트 주입술)을 한다.

골다공증 예방엔 에어로빅 좋아

척추질환 예방은 운동이다. 척추 주변의 근육을 튼튼하게 해 디스크가 흘러나오거나 뼈가 어긋나지 않도록 한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재활의학과 박윤길 교수는 “필라테스·요가 등 몸의 균형을 잡게 하는 운동이 척추 주변 근육 형성에 가장 좋다”고 말했다. 골다공증에 대비해 무릎이나 관절 등에 약간의 펌핑(pumping) 작용을 하는 에어로빅도 추천한다. 뼈는 가벼운 자극을 받으면 더 튼튼해지는 경향이 있다.

 조기검진도 중요하다. 평소 허리나 다리 등에 2주 이상 통증이 지속되면 전(全)척추 X선 촬영을 한다. 구성욱 교수는 “우리 병원 조사 결과, 허리디스크 환자 중 55.8%가 목에, 목 디스크 환자 중 75.8%가 허리에 문제가 있었다”며 “척추 디스크나 협착증은 여러 곳에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 전척추 촬영을 해야 정확한 치료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배지영 기자

[미니인터뷰] 강남세브란스 척추전문병원장 조용은 교수

“요즘엔 90세 노인 환자도 안전하게 허리수술”

-비수술적 척추치료법이 논란이 되고 있다.

척추질환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의 80% 이상은 휴식·물리치료, 그리고 비수술적 치료로 호전된다. 하지만 발병 부위의 정확한 진단 없이 비수술적 치료만 고집했다간 돌이킬 수 없는 합병증이 생길 수 있다. 통증만 치료하고 근본적인 원인 제거가 되지 않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특히 대표적인 비수술적 치료인 신경성형술의 경우 일시적인 통증 감소에 그칠 수 있고, 장기간 투여 시 감염 등 부작용이 있을 수 있어 의료진과 충분한 상의 후 치료계획을 세워야 한다.

 -수술은 삶의 질 향상에 어떤 기여를 하나

 과거에는 60세만 넘어도 척추수술을 피했으나 최근에는 90세가 넘은 할아버지가 전신 마취 하에 수술할 정도로 의료 수준이 향상됐다. 환자의 전반적인 건강상태만 괜찮다면 나이는 큰 제한 사항이 아니다. 노후의 건강한 일상생활을 통한 삶의 질 향상을 원한다면 적극적인 수술로 남은 삶에 더 큰 합병증과 경제적인 손실을 줄일 수 있다.

 -우리나라 척추 관련 수술의 수준은?

 이미 세계적인 수준으로 인정받고 있다. 많은 국제학회에서 한국의 척추수술 관련 성과들이 주목받고 있으며, 일부 치료 분야에서는 해외 의사들이 자문과 기술 전수를 원하고 있다. 최근 척추수술 관련 논란으로 환자와 의사 간의 신뢰가 떨어진 것이 아쉽다. 우리 척추전문병원에서는 보다 객관적이고 검증된 임상데이터와 연구를 바탕으로 최상의 치료를 제공하겠다.

배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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