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장은 아직 싸늘 … 소니 전철 피하려 총력전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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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초반까지 미국에서 일본 소니의 위상은 난공불락이었다. 트리니트론 브라운관을 채용한 소니의 TV는 색상이나 선명도에서 경쟁자가 없었다. 한국의 삼성전자나 일본의 파나소닉이 200~300달러씩 낮은 가격에 제품을 내놓아도 미국인들의 ‘소니 사랑’은 흔들림이 없었다. 하지만 요즘 소니의 위상은 예전만 못하다. 추락이라는 표현이 지나치지 않은 수준이다. 삼성전자·LG전자에 밀린다. 액정(LCD)과 플라스마(PDP) 같은 평판 TV 시대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탓이다. 뒤늦게 브라운관 시절의 대표 브랜드인 ‘베가’를 포기하고 ‘브라비아’ 브랜드의 LCD TV로 실지 회복에 나섰지만 여의치 않다. 지난해 벌어진 리콜 사태로 ‘품질에서는 비교할 수 없다’라는 명성에 흠이 간 도요타가 가장 두려워하는 시나리오다.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도요타가 ‘좋은 차’라는 전통적인 이미지가 크게 퇴색하면서 경쟁사들과 같은 출발선에서 경쟁해야 하는 도전에 직면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미국 내 자동차 판매는 2009년보다 11% 늘었지만 도요타만 0.4% 줄었다. 대형 메이커들 중 유일하게 감소한 것이다. 이에 따라 미국 시장 점유율은 15.2%에 그쳐 2009년보다 1.8%포인트 하락했다. 미국 샌디에이고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직비전의 알렉산더 에드워드 사장은 “도요타의 진정한 문제는 자동적으로 ‘도요타가 가장 안전하고 믿을 만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새로운 고객들을 확보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스트래티직비전에 따르면 도요타 차를 몰고 있는 미국인들 가운데 ‘도요타를 다시 구입하겠다’고 응답한 비율이 2009년 63%에서 2010년 57%로 떨어졌다. 일반인들이 앞으로 차를 살 때 도요타 제품을 고려하겠다는 응답도 48%에서 40%로 떨어졌다. 포드가 29%에서 37%로, 현대가 14%에서 17%로 높아진 것과 대비된다.

실제로 도요타와 경쟁자들의 격차는 갈수록 좁혀지고 있다. 이달 초 컨슈머리포트가 발표한 2011년 자동차 브랜드 인식 조사에 따르면 도요타는 종합 인지도 부문에서 147점으로 1위를 유지했지만 포드와의 격차가 3점으로 좁혀졌다. 포드는 지난 2년간 35점이 높아진 반면 도요타는 46점 낮아졌다. 특히 품질·안전·가치 등의 부문에서는 포드에 뒤졌다. 컨슈머리포트의 자동차 시험 담당인 데이비 챔피언 이사는 “지난 3~4년간 도요타 자동차의 내부 마감 품질이 이전보다 못해졌다”고 말했다. 도요타의 대표 모델인 캠리는 지난해 10월 발표된 미국 자동차 충돌시험에서 현대 쏘나타, 포드 토러스, GM 쉐보레 말리부에 뒤졌다.

시장 변화를 따라잡지 못할 경우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 후코쿠캐피털매니지먼트의 사쿠라이 유키 CEO는 “도요타의 하이브리드카 프리우스가 인기를 끌고 있지만, 아직 전기차를 내놓지 못했다”며 “닛산과 미쓰비시자동차의 전기차가 성공하고 도요타가 이를 따라잡지 못한다면 소니와 같은 길을 걷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세계 최대의 자동차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중국에서는 도요타의 위상이 세계 1위의 명성에 미치지 못한다. 지난해 중국에서 도요타는 2009년보다 19% 증가한 84만6000대를 팔았다. GM(235만 대)과 폴크스바겐(192만 대)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3위다. 유럽에서도 지난해 판매량은 55만 대로 2009년보다 17% 줄었다.

자동차 분야 시장조사 전문업체인 IHS오토모티브에 따르면 도요타는 2015년 미국 시장에서 250만 대를 팔아 GM(310만 대)과 포드(275만 대)에 밀릴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한국에서는 지난해 판매량이 전년 대비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가격할인과 보증기간 연장 등의 특별 프로모션 정책 덕분이다. 대규모 리콜 1년을 맞은 도요타 사태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

김창우 기자 kcwsss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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