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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상처 입은 롯데·이대호, 뒷수습 잘해야 ‘흉터’ 안 남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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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신화섭
스포츠 부문 기자

롯데 이대호(29)의 연봉조정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20일 연봉조정위원회를 열어 이대호(7억원 요구) 대신 롯데 구단(6억3000만원 제시)의 손을 들어줬다. 팬들은 KBO와 롯데를 싸잡아 성토하고 있다. KBO가 일방적으로 지명하는 조정위원들의 구성 방식도 도마에 올랐다. 선수 에이전트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다시 나온다. 배재후 롯데 단장의 말마따나 이대호도 구단도 모두 ‘상처’를 입었다.

 걱정스러운 점이 있다. 이대호와 롯데 구단의 갈등이 다가오는 시즌까지 지속되지 않을까 해서다. 과거 연봉조정을 받은 선수들 가운데 상당수는 후유증을 이겨내지 못했다. 몇 년 뒤 팀을 떠나거나 유니폼을 벗었다. 이대호와 같은 프랜차이즈 스타도 있었다.

 ‘영원한 LG맨’일 것 같던 김재현은 2002년 연봉조정 뒤 2005년 SK로 이적했다. 2010년 이정훈은 롯데에서 한 시즌을 더 뛴 뒤 지난해 말 넥센으로 트레이드됐다. 총 20번의 연봉조정 중 선수로서 유일하게 승리한 유지현(2002년·당시 LG)은 2년 뒤 33세의 나이에 은퇴했다. 갑작스레 부진에 빠진 선수도 있다. 2002년 연봉조정에서 진 이병규(LG)는 그해 시즌에서 4년 만에 타율이 2할대로 떨어졌다.

 롯데와 이대호는 한국프로야구에서 단순한 구단과 선수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롯데는 3년 연속 홈 관중 100만 명을 넘어선 최고 인기 구단이다. 이대호는 지난해 사상 첫 타격 7관왕을 달성한 프로야구 최고의 히트 상품이다. 둘이 조화를 이뤘기에 선수와 구단의 가치가 함께 상승했다는 사실을 부인하기 어렵다.

 배재후 단장은 “22일 팀의 사이판 전훈지로 가 이대호와 잘 이야기해 보겠다”고 했다. 당연히 그래야 한다. 스포츠 경기가 그렇듯 연봉 싸움도 승패가 갈리게 마련이다. 문제는 이제부터다. 가슴 속의 앙금을 풀지 못하면 선수와 구단 모두 패자의 멍에를 쓸 수밖에 없다. 롯데와 이대호가 입은 상처가 프로야구 전체의 상처로 이어지지 않기를 바란다. 행여 롯데의 홈팬들이 발길을 돌린다면, 혹시나 이대호가 올 시즌 슬럼프에 빠진다면 프로야구는 값비싼 흥행 카드를 한 장 잃는 셈이다.

신화섭 스포츠 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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