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종교개혁·시민혁명·산업혁명 씨앗은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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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읽기의 역사
스티븐 로저 피셔 지음
신기식 옮김, 지영사
488쪽, 1만8000원

“살려면 읽어라.” ‘일물일어설(一物一語說)로 유명한 프랑스 소설가 플로베르의 말이다. “정보가 힘”이라거나 ‘지식경영’이란 말이 오가는 오늘날 더 절실해지는 이야기다.

 책은 청동기시대부터 디지털시대의 이메일과 이북까지 그같은 읽기와 인류문명과의 관계를 방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다양한 측면에서 조망했다.

 ‘읽기’는 한때 권력층의 전유물이었다. “기원후 수세기 동안 교부(敎父)들 모두 수사법 훈련을 받았다. 이들은 고전을 잘 알았으며, 이 문헌의 지식을 이용하여 교회에 오는 신자들을 설득, 확신, 개종시켰다.” 당연히 지배계층은 대중의 읽기 행위를 간섭하려 들었다. 아우구스투스 로마 황제는 시인 오비디우스의 저작을 금지시켰고, 칼리굴라 황제는 시인 베르길리우스와 역사가 리비우스의 모든 작품을 태우라는 지시를 냈다.

 반면 읽기는 국가의 흥망을 좌우하기도 했다. “중국과 한국의 읽기로부터 중요한 교훈을 배운다. 중세 말의 유럽과는 달리, 두 나라에서는 (읽기의 대중화가) 이뤄지지 않았다…엄격한 계급제도에 발목 잡힌 중국인과 한국인들은 일본인들보다도 더 인쇄술의 잠재력을 활용하는 데 실패했다.” 유럽에서는 구텐베르크의 인쇄술 덕분에 책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종교개혁과 시민혁명, 그리고 산업혁명의 씨앗이 되었다. 이는 19세기 이후 서양이 지구촌의 주도권을 쥐는 것으로 이어졌고….

 뉴질랜드의 폴리네시아 언어 및 문학연구소장인 지은이는 읽기의 대상을 굳이 종이책으로 한정하지 않는다. 컴퓨터를 이용한 전자 읽기는 독자의 참여라는 읽기 혁명을 불러올 것이라 전망한다. 그러면서 50억에 달하는 독서대중이 존재하는 오늘날 읽기 능력을 갖추지 않고서는 살아남기조차 어려울 것이라 단언한다.

 흥미로운 이야기도 많고, 생각거리도 적지 않은 이 책에 더해 읽는 행위 자체를 과학적으로 조명한 『책 읽는 뇌』(메리언 울프 지음, 살림)도 함께 읽어 볼 것을 권한다.

김성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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