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민호 기자의 레저 터치] 일본 찾는 외국인보다 한국 찾는 외국인이 더 많다지만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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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민호 기자

한국관광공사가 우리나라 관광 현황을 통계로 정리한 책자를 발간했다. 그 숫자가 가리키는, 또는 은폐하는 우리나라의 관광 현실을 짚는다.

● 1000만 명 문화체육관광부가 올해 목표로 잡은 외국인 관광객 숫자다. 해마다 5000만 명 이상 외국인을 유치하는 중국을 생각하면 한참 낮아 보이지만, 2009년 세계 관광 순위에 적용하면 23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기죽을 건 없다.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은 870만 명을 넘어섰다. 20년 전인 1990년 300만 명이 채 되지 않았던 것을 기억하면 괄목상대할 성과다. 놀라운 건 최근 3년 사이 가파른 상승세다. 2008년 외국인 관광객은 689만 명이었고, 2009년은 781만 명이었다. 그러니까 3년 전부터 외국인 관광객은 매해 100만 명씩 늘어난 셈이다.

 1000만 명은 최근 성장세를 적극 반영한 수치다. 하나 욕심을 부린다는 느낌도 있다. 2010년 시작한 ‘한국 방문의 해’ 목표가 캠페인이 끝나는 2012년 외국인 방문자 1000만 명 돌파였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문화부는 목표 달성을 한 해 앞당기겠다고 장담한 것이다.

 1000만 명 하면 떠오르는 데가 있다. 서울시다. 1년 전 서울시는 2010년 외국인 1000만 명을 서울에 유치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맘때 문화부가 발표한 국가 차원의 목표가 850만 명이었다. 올해는 얼마를 내지를까 궁금하다.

● 입국자 vs 관광객 관광 당국, 즉 문화부·한국관광공사 등 관광업무를 맡은 정부 부처는 방한 외국인을 모두 관광객으로 계산한다. 다시 말해 외국인 방문자와 외국인 관광객은 동의어다. 어떤 목적으로 들어왔어도 잠자고 밥 먹고 돈 쓰고 가는 건 매한가지란 생각에서다. 방한 외국인 중 관광 목적은 절반에 약간 못 미친다(2009년 현재 47.6%).

 사실 사람 숫자는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더 중요한 건 돈이다. 여기서 눈여겨볼 건 일본이다. 일본은 2009년부터 외국인 방문자 숫자에서 한국에 밀리기 시작했다. 2009년 697만 명, 2010년 796만 명(추정)을 기록했다. 그러나 일본은 2009년 관광으로 103억 달러를 벌었다. 같은 해 일본보다 80만 명 이상 더 많은 외국인이 입국한 한국의 관광수입은 94억 달러였다.

● 방정식 방한 외국인이 급증했다고 해도 관광 수지는 여전히 적자다. 해외여행 정점을 찍었던 2007년 한국인은 1332만 명이 해외에 나가 모두 15조7000억원을 썼다. 갑작스러운 경기 침체로 해외여행 열기가 푹 죽었던 2008년과 2009년에도 관광수지는 흑자로 돌아서지 않았다. 2005년 이후 유일하게 해외여행자가 1000만 명 이하로 떨어졌던 2009년만 해도 한국인은 해외에서 14조1000억원을 썼다.

손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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