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관 인재풀’ 고법부장도 서울대·남성 천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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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이 다양한 배경의 인물들로 채워지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지난 17일 대법관 후보 추천을 계기로 ‘서울대 법대-남성-판사 출신’ 중심의 대법관 인선 관행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대법관을 뽑는 인재 풀(Pool)인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 자체가 서울대 출신 중심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본지가 2003년부터 2010년까지 고등법원 부장판사로 승진한 법관 133명의 출신 대학을 분석한 결과 110명이 서울대 출신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의 82.7%다. 고려대 출신이 8명으로 큰 격차를 두고 그 뒤를 이었고, 한양대 출신이 3명, 부산대·성균관대·영남대 출신이 각 2명씩이었다. 같은 기간 고법 부장으로 승진한 여성 판사는 김영란(사법연수원 11기) 전 대법관과 조경란(14기) 서울고법 부장판사, 이정미(16기) 부산고법 부장판사 등 3명에 그쳤다.

 지방법원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익명을 전제로 “서울대 출신이 판사 사회의 주류를 이뤄온 상황에서 고법 부장 승진자가 많은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면서도 “승진 명단의 압도적 다수를 차지한다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비(非)서울대 출신에 대해 보이지 않는 장벽이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고 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 관계자는 “특정 대학 출신을 우대한다는 게 법원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이냐”며 “연수원 수료 성적과 재판 능력, 근무 평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라고 강조했다. 고법 부장 승진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면서 변화의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고법 부장 승진자 18명 중 비서울대 출신 판사는 고려대 5명을 포함해 6명(33%)이었다.

 여성 승진자가 많지 않은 것은 해당 기수의 여판사 숫자가 절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라는 게 법원의 설명이다. 한 부장판사는 “70~80년대만 해도 여성이 사법시험에 합격하면 신문에 나올 정도로 드물었던 데다 판사 임용 후 육아 문제 등으로 그만두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여성 판사는 2000년대 들어 급증하기 시작해 지난 2년간은 신임 법관의 70%를 차지했다. 한 여성 판사는 “시간이 흐르면 조금씩 해결될 문제라고 본다. 하지만 남녀 평등 같은 헌법적 사안을 다루는 헌법재판소에 여성 재판관이 한 명도 없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권석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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