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리포트] 화분에 대파 키워 생활비 아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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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서울 신천동의 주부 손유리(38)씨는 최근 아파트 주부들과 함께 제주도에서 귤을 공동 구매했다. 스무 가구가 귤을 단체로 주문했더니, 10㎏ 한 박스를 시중 가격보다 30% 정도 싼 3만원에 살 수 있었다. 손씨는 “양념 갈비, 어묵 등도 가공 공장에서 직접 공동 구매해서 먹었다”며 “물가가 오르니 공동 구매를 위한 주부 블로그가 인기”라고 설명했다.

 오르는 물가 속에서 알뜰 쇼핑 노하우를 나누는 주부들이 늘고 있다. 쇼핑 목록을 작성하고, 마트마다 전단지를 비교하는 건 기본이다. 최근엔 인터넷·스마트폰을 활용한 알뜰 쇼핑팁도 많이 소개되고 있다.

 맞벌이 주부 황규란(35)씨는 온라인 쇼핑을 통해 장보기 비용을 많이 줄였다고 말한다. 황씨가 주장하는 온라인 쇼핑의 장점은 세 가지. ▶회원 등록을 해놓으면 정기적으로 e-메일 전단지가 도착해 가격 비교가 편하고 ▶온라인에서 진행하는 추가 할인 행사가 다양하며 ▶충동 구매를 비교적 적게 하게 된다는 것.

황씨는 “온 식구가 마트에 가면 이 코너, 저 코너에서 시식을 해가며 생각하지도 않았던 먹을거리를 사곤 했다”며 “온라인으로 장을 보면 목록에 적어놓은 상품만 검색해 구매하게 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게다가 대형마트의 경우 온라인 회원 늘리기 경쟁에 나서고 있어 각종 혜택도 다양하다. 이마트몰은 매일 2~3가지 상품을 선정해 정상 가격보다 40~60% 싸게 파는 ‘하리티케’ 코너를 운영하고 있다. 최근엔 홍삼진액, 보쌈용 돼지고기 등이 절반 가격에 나왔다.

홈플러스는 3개월 동안 쓸 수 있는 ‘배송비 정액 쿠폰’을 판매한다. 5000원을 내면 3개월 동안 5만원 이상 주문건에 대해선 배송료를 받지 않는다.

 마감 전 떨이 세일을 노리는 쇼핑객도 느는 추세다. 매장이 문을 닫기 직전인 밤 10~11시가 채소류가 가장 싸게 나오는 시점이다. 생선·육류·빵 등도 폐점 시간이 가까워오면 대폭 할인에 들어간다.

홈플러스 정선희 과장은 “물가가 오르면서 마일리지 카트 포인트와 쿠폰 행사를 챙기는 고객들이 크게 늘었다”며 “행사 물품은 내놓기가 무섭게 진열대에서 사라질 정도로 인기”라고 말했다.

 일부 주부는 ‘자급자족형’ 노하우를 터득하기도 했다. 한 재테크 카페 회원은 “대파 값이 많이 올라 화분에 심어놓고 키워가며 먹는다”고 소개했다. 손유리씨는 “간식용 빵을 사는 대신 빵 반죽용 가루를 사서 집에서 만들어 주고 있다”고 말했다.

임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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