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치] '모유만' 먹는 아기는 빈혈 생길 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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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교수의 ‘Hot Issue & Cool Answer’

김석진 교수

아기에게 생후 6개월 간 모유만 먹이는 것은 철분 결핍으로 인한 빈혈을 발생시킬 수 있다고 세계적인 학술지인 British Medical Journal에 지난 주 발표되었다. 런던 대학의 소아과 의사인 메리 퓨트렐를 비롯한 소아 영양학 전문가들이 다양한 논문들을 비교 분석하여 만든 이 자료는 아기의 건강을 위해 생후 6개월 동안은 모유만 먹이는 것을 권장하고 있는 세계건강기구(WHO)의 2001년 지침과 상반된 것이라 발표와 함께 세계적인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이 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생후 6개월 간 ‘모유만(exclusive breast feeding)’ 먹이는 것과 모유를 주로 먹이는 것의 표현에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이미 세계적으로 모유와 함께 분유를 통하여 아기에게 부족할 수 있는 영양소를 보충하는 것은 일반화되어 있다.

하지만 WHO의 지침에서는 생후 6개월간은 고형음식이나 분유와 같은 것을 권하지 않는, 즉 ‘모유만’먹는 것을 권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WHO의 권장사항은 2001년 이전 까지 발표된 연구자료 분석에 근거하여 만들어졌다. 이 자료들에 따르면 생후 6개월 동안 모유만 섭취한 아기들은 3~4개월 까지만 모유를 먹은 아기들에 비해 장염, 폐렴, 중이염과 같은 감염성 질환에 걸릴 확률이 낮다고 한다. 특히 모유의 섭취는 이 자료들의 연구대상지였던 위생상태가 낙후되고 깨끗한 물을 구하기 힘든 개발도상국가에서 아기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중요한 방법이었음이 분명하다.

하지만 2001년 이후 WHO지침의 시대적 타당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논문들이 발표되었고 실제로 WHO가 사용했던 자료에서도 모유만 먹을 경우 철분 부족으로 인한 빈혈이 발생이 할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었다고 한다.

2005년 영국 영양학회지에 발표된 레일리의 논문에 따르면, 모유는 엄마의 나이와 건강상태에 따라 양과 질적인 측면에서 아기의 성장속도를 따라가지 못할 수 있음을 언급하였다. 2007년에는 생후 6개월 동안 아기의 영양분을 모유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경우 철분 부족을 가져다 줄 수 있다는 논문이 미국에서 발표되었다. 철분은 빈혈의 예방 뿐만 아니라, 빠르게 자라는 아기의 육체적, 정신적 성장에 직접 관여하는 중요한 영양소 중의 하나로써 유아기의 철분 부족은 심각한 문제를 야기시킬 수 있다.

또한 요즘 아이들에게 증가하는 알레르기도 이 문제와 연관이 있을 수 있다고 한다. 생후 6개월간 모유를 제외하곤 아무것도 먹이지 않는 것이 알레르기 체질 형성과 관련이 있다고 한다.

알레르기가 발생하지 않으려면 아기의 면역체계는 외부자극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기 않도록 교육을 받아야 하는데 이는 아기가 태어난 후 음식물들과 처음 접촉하는 시기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갓태어난 아기는 알레르기를 일으킬 수 음식을 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아기가 6개월이 지난 후에 이 물질들을 처음으로 접하는 것 또한 알레르기를 유발할 수 있는 확률을 높힐 수 있다고 한다. 즉, 너무 늦게 노출되는 것도 안좋다는 것이다.

모유는 영양소 뿐만 아니라, 면역성분 또한 제공해 주는 아기에게 가장 이상적인 건강의 원천이라는 것은 누구나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는 모유의 중요성의 강조와 더불어 성장하는 아기에게 필요한 모든 영양성분이 부족함이 없도록 하는 주의 깊은 자세가 강조되어야 하겠다.

김석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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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석진 교수는 구강 감염학과 면역학 전문의로 환경성질환을 비롯한 현대질환에 대한 관심을 갖고 '프로바이오틱스 스토리'라는 블로그를 시작합니다. 새롭고 흥미로운
건강정보를 http://probiotics.co.kr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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