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북아프리카·중동 ‘SNS 파워’에 긴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튀니지에서 ‘재스민 혁명’이 일어나 지네 엘아비디네 벤 알리(Zine El-Abidine Ben Ali·74) 대통령이 야반도주하자 북아프리카·중동의 장기통치 권력자들이 긴장하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을 비롯한 서구 언론이 보도하고 있다.

23년간 집권해 온 벤 알리가 물러난 원인인 위키리크스의 지도자 부패 폭로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의한 소식 확산은 컴퓨터·인터넷·휴대전화의 다량 보급으로 이젠 어느 나라에서도 가능한 일이 됐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조심스럽게 아랍권의 ‘민주화 도미노’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중동 국가들은 강한 치안력 때문에 정권 붕괴가 쉽사리 일어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하지만 갈수록 민주화 요구가 거세지면서 제2, 제3의 튀니지 사태 발생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란 주장이다.

튀니지의 이웃 나라 알제리에서는 이미 지난주 튀니지 분신자살과 유사한 분신자살 사건이 발생했다고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이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17일에는 이집트와 모리타니에서도 모방성 분신 시위가 잇따랐다. 중동의 민주화는 서방 진영의 희망이지만 현실은 어렵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었다. 하지만 세습통치와 장기집권에 따라 사회적 불만과 빈부 격차가 날로 확산하면서 불만이 폭발하고 있다. 알제리에서는 이달 초 발생한 시위에서 민주화를 요구하는 사람이 분신하는 등 5명이 사망하고 400여 명이 부상하는 등 긴장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알제리는 1989년부터 압델라지즈 부테플리카 대통령이 집권하고 있다. 실업난과 빈부격차 문제로 국민의 반발이 갈수록 확산하고 있다. 이집트에서는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이 30년째 집권하고 있다. 국민은 30년째 유지되고 있는 비상계엄을 해제하고 빈곤층의 생계 곤란을 해결해 달라고 요구하는 시위를 산발적으로 벌여 왔다. 시리아에서는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이 2000년 부친 하페즈 알아사드가 사망하자 권력을 승계했다. 1971년부터 2대에 걸친 세습통치에 반대하는 반정부 세력의 민주화 요구가 사회 전반으로 조용히 확산하고 있다.

 알라위트 왕조가 17세기부터 통치해온 모로코에선 절대군주제가 지속하고 있다. 99년 권좌에 오른 무함마드 6세 국왕이 행정·사법·입법에 절대권한을 행사하면서 군주제 폐지 여론이 확산하고 있다. 1921년부터 하심 왕조가 통치하고 있는 요르단에서는 압둘라 2세 국왕이 정치·경제에 절대적 권한을 행사하면서 민주화 열망이 서서히 커지고 있는 것이다.

◆튀니지 대통령 부인 금괴 빼내=벤 알리 튀니지 전 대통령 일가가 사우디아라비아로 망명하면서 금괴 1.5t(670억원 상당)을 자국 은행에서 빼내갔다고 프랑스 일간 르 몽드가 17일 보도했다. 알리 전 대통령의 부인 레일라는 튀니지 중앙은행에 보관해 둔 금괴 인출을 처음에는 거절당했다. 그러나 거듭 인출을 요구한 끝에 금괴를 찾아 튀니지를 빠져나간 것으로 보인다고 신문은 전했다.

김동호 기자, 파리=이상언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