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난방 줄여도 … 전력사용량 신기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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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서울의 아침 기온이 영하 14.1도를 기록하는 등 기록적인 한파가 연일 몰아치고 있다. 광주광역시 서구의 한 아파트 수도관이 동파되면서 흘러내린 물이 얼어붙어 베란다에 대형 고드름이 만들어져 있다. [광주 서부소방서 제공=연합뉴스]

몰아닥친 ‘북극 테러’엔 백약이 무효였다. 정부는 공공기관의 난방을 하루 두 시간씩 중단하는 고강도 조치까지 도입했지만 치솟는 전력 수요를 줄이지 못했다. 17일 오전 11시, 정부 과천청사. 안내동을 포함한 6개 건물의 난방이 일제히 꺼졌다. 난방이 꺼지자 실내온도는 시나브로 내려갔다. 한 시간쯤 지나자 온도계는 15도를 가리켰다. 옷걸이나 의자에 걸어두었던 겉옷을 껴입는 사람들이 하나 둘씩 늘었다. 이날은 합동 단속이 진행될 것이란 예고에 전기 난로도 꺼내지 못했다.

 총리실과 행정안전부·지경부·에너지관리공단으로 구성된 합동점검단이 이 시간에 맞춰 각 청사 사무실을 돌며 점검에 나섰다. 주로 승용차 요일제 준수, 승강기 교차운행, 실내온도 18도 준수 등 육안으로 볼 수 있는 것을 확인했다. 합동점검반에 투입된 행정안전부 소속 공무원은 “승인받지 않은 개별 난방기를 쓰다 적발되면 해당 부처에 통보해 회수하고 점검보고서에도 기록하게 된다”며 “하지만 이미 예고했기 때문인지 사용 사례가 적발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공공기관 난방 중단은 오전 11~낮 12시, 오후 5~6시 등 두 차례 시행됐다.

 그러나 이런 노력에도 이날 전력 사용량은 다시 사상 최고를 갈아치웠다. 이날 낮 12시 최대 전력수요는 7314만㎾. 정부가 예상한 올겨울 최대치 7250만㎾를 64만㎾나 뛰어넘었다. 지식경제부 노건기 에너지절약협력과장은 “공공기관의 에너지 사용량은 전체의 2%에 불과하다”며 “민간 협력이 없으면 전력 수요를 줄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국전력공사는 정비 중이던 영광 원전 5호기를 긴급 가동하는 등 127만㎾의 추가 전력을 확보했다. 하지만 난방수요가 급증하면서 예비전력은 404만㎾로 내려갔다. 올겨울 들어 최저치다. 한전은 예비전력이 400만㎾ 아래로 떨어지면 경보를 발령해 수요 조절에 나선다. 100만㎾ 이하 땐 강제 단전에 들어간다.

이에 앞서 한국전력공사는 우선 피크 시간에 전기 사용을 줄이면 요금을 깎아주는 피크시간 관리제를 시행하기로 했다. 또 점심시간을 오전 11시로 한 시간 앞당기도록 민간기업에 협조를 요청하기로 했다.

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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