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첫 ‘백화점 스마트폰 코디’ … 악착 마케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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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직장인 이은경(32·여)씨는 주말을 맞아 친구를 만나러 나갔다가 시간이 남았다. “쇼핑이나 좀 할까.” 스마트폰으로 신세계백화점 ‘멀티 쇼핑 도우미’를 실행시켰다. 이씨의 현재 위치에서 가장 가까운 신세계백화점 영등포점의 할인 정보가 떴다. 먼저 가상의류 코디 시스템인 ‘믹스&매치’ 코너에 들어가 브랜드별로 가장 인기 있는 상·하의와 신발을 코디해 봤다. 마음에 드는 제품을 발견한 그는 매장을 직접 찾아 옷을 입어본 뒤 결제를 했다. 점원은 벽에 붙어 있는 QR코드를 가리키며 “스마트폰으로 스캔하면 할인 쿠폰을 내려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씨는 즉석에서 20% 할인을 받아 옷을 구입했다.

 아이파크백화점도 올 상반기 중으로 무선인터넷망에 접속한 스마트폰 이용자의 위치를 찾아 성별·나이에 따른 맞춤형 쇼핑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아이파크백화점 이택근 대리는 “전단·쿠폰을 번거롭게 챙기지 않고도 자신에게 딱 맞는 쇼핑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30여 년 전 아날로그 방식으로 시작한 한국 백화점의 고객 관리는 정보기술(IT)을 만나 첨단을 달리고 있다.

 1970년 말엔 대부분의 백화점이 ‘고객 수첩’을 이용해 단골 고객을 관리했다. 매장 직원이 고객의 이름과 생일, 연락처를 적어 정기적으로 안부 연락을 했다. 컴퓨터로 이 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하기 시작한 건 99년 롯데백화점이다. 30억원 이상 들여 2년이 넘게 걸려 백화점 카드회원 200만 명의 구매 이력, 쇼핑 횟수 등을 분석한 자료를 구축했다. ‘세일 기간에 규칙적으로 쇼핑하는 고객’ ‘명절 선물세트를 대량 구매하는 고객’ 등 세부적인 분류가 가능해졌다.

 2000년대 중반엔 ‘멤버십’ 제도가 등장했다. 신세계백화점은 이마트·조선호텔·스타벅스 등에서 공통으로 쓸 수 있는 ‘신세계 포인트카드’를 운영한다. 이 백화점 관계자는 “쇼핑 패턴뿐 아니라 소비·생활패턴을 모두 파악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롯데멤버스’ 제도는 백화점·마트·수퍼·시네마 등 30여 개 롯데 계열사에서 포인트를 이용할 수 있다. 백화점 회원 수도 비약적으로 증가했다. 2005년 말 600만 명이 채 안 되던 롯데백화점 회원 수는 지난해 2000만 명을 넘었다.

 2∼3년 전부터는 ‘일대일’ 마케팅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고객이 과거에 구입한 상품 종류와 건수, 구매 주기 등을 분석해 전체 고객을 63가지 그룹으로 분류해 쇼핑정보를 제공한다. 이 백화점 하지성 과장은 “고객은 무작위 스팸메일에 지친 상태”라며 “메일을 받았을 때 마치 기다렸던 게 온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게 핵심”이라고 말했다.

김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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