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을 괴롭히는 겨울철 불청객이 있다. 콧속에 염증이 생기는 ‘비염’이다. 코는 촉촉하게 습도를 유지해야 비염이 생기지 않고 공기정화 기능을 수행한다.
하지만 건조한 겨울과 난방은 코를 메마르게 한다. 바이러스에 의한 감기에 걸리면 비염은 더 악화한다. 비염을 방치하면 코 주위 양쪽 얼굴 뼈 속에 공기로 차 있는 빈 공간인 부비동에 염증이 생기는 축농증으로 번진다.
비염과 축농증이 있으면 외부 공기가 여과 없이 유입돼 피로감·두통·호흡기질환 악화·후각기능 이상 등 문제가 커진다.
비염과 축농증은 한방에서 탕약·환약·침·뜸 등 다양한 방법으로 치료한다. 최근에는 한약의 일종인 고약(膏藥)을 이용해 간단히 치료하는 방법이 나왔다.
‘쾌비고(快鼻膏)’라고 하는 이 치료법은 지름 약 2㎜의 고약을 눈썹과 눈썹 사이인 미간의 ‘인당혈’에 붙이면 된다(사진). 먹는 한약과 침·뜸에 거부감이 있는 어린이, 바쁜 직장인과 학생들에게 적합하다.
쾌비고는 반묘·백지·세신 등 한약재를 꿀과 섞어 만들었다. 특히 반묘는 가룃과에 속하는 참가뢰와 알락가뢰라는 벌레를 말린 것이다. 여름부터 가을 사이에 잡아 햇볕에 말린 후 찹쌀과 함께 넣어 볶아서 만든다.
쾌비고를 붙이고 4시간 이상 지나면 진물이 난다. 진물이 많이 날수록 치료 효과가 좋은 것으로 본다. 흉터는 남지 않는다.
쾌비고는 대구 라경찬 한의원장이 18년 전 개발했다. 라 원장은 “혈자리를 자극하는 침·뜸과 달리 쾌비고는 혈위에 작용한다”며 “일주일에 한 번씩 2~4개월 붙이면 약리작용으로 신체기능을 조절하고 기의 흐름을 잘 통하게 해 치료효과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쾌비고의 효과는 1995년 11월 열린 제8회 세계 동양의학학술대회에서 소개됐다. 라 원장은 6432명의 코질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쾌비고가 코질환에 미치는 효능’ 논문을 발표했다. 이 연구에 따르면 2~4개월간 쾌비고를 처방받은 환자의 치료율은 95%에 이른다.
황운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