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기미·잡티 늘어날수록 마음엔 얼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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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수록 우리 몸에는 ‘불청객’이 찾아온다. 점·기미·검버섯이 그것이다. 이들은 같은 색소질환이지만 각기 다른 모양을 띠고 있다. 치료법도 다르기 때문에 정확한 감별이 필요하다. [중앙포토]

나이가 들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불청객이 있다. 검버섯·기미와 같은 색소질환이다. 도화지에 검은 물감이 튀듯 하나 둘씩 박혀 점점 퍼진다. 서글픔이 다가온다. 어렸을 적 보았던 할머니의 ‘저승꽃’이 이제 나에게도 생기는 것 같아 괜히 울적해지는 것이다.

하지만 낙심하기엔 이르다. 강북삼성병원 피부과 김원석 교수는 “색소질환을 유발하는 원인을 잘 알고 예방하면서, 시기에 따라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흰 도화지처럼 깨끗한 노후를 맞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색소질환에 대한 모든 것을 알아본다.

배지영 기자

점·주근깨, 유전적 영향 많이 받아

색소질환은 크게 점·주근깨·검버섯·기미 네 가지로 구분된다. 비슷해 보이지만 생기는 원인·장소·모양이 조금씩 다르다. 원인이 다르므로 치료법도 차이가 있다.

 특히 점이나 주근깨는 유전적 소인이 크다. 아름다운나라피부과 서동혜 원장은 “점은 태어날 때부터 어디에 무엇이 생길지 대부분 유전적으로 정해져 있다. 큰 것은 태어날 때 이미 나타나지만 나이가 들면서 눈에 띄는 것도 있다”고 말했다. 생후 6개월부터 생기기 시작해 40대가 지나면 그대로 유지되거나 자연 소실되기도 한다.

 점은 여러 번에 걸쳐 나눠 빼는 것이 좋다. 신사테마피부과 임이석 원장은 “점은 진피·표피에 있는 모반세포를 레이저로 도려낸다”며 “흉터를 남기지 않으려면 여러 차례 반복 시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보통 CO2 레이저로 3~4회 나눠 빼면 완전히 제거된다.

 주근깨도 유전적 영향이 강하다. 서동혜 원장은 “보통 부모가 주근깨가 있으면 아이에게 주근깨가 생길 확률이 2~3배 커진다”고 말했다. 이들은 햇빛을 보면 더 심하게 발현된다. 주근깨는 5세 정도부터 나기 시작해 사춘기 때 가장 심해졌다가 20살쯤부터 점차 줄어든다. 이 때문에 성인이 될 때까지 두고 보다가 치료받는 게 좋다. 주근깨는 표피에 있어 색소레이저로 쉽게 제거된다.

햇빛 노출 많은 사람 검버섯·기미 잘 생겨

검버섯과 기미의 가장 큰 원인은 햇빛이다. 김원석 교수는 “햇빛에 많이 노출된 뺨·이마·손등·가슴 윗부분에 많이 생긴다”며 “특히 농부나 수상레포츠를 즐기는 사람 등 햇빛에 노출을 자주하는 사람이 고위험군”이라고 말했다.

 임이석 원장은 “나이가 들수록 표피 맨 아래쪽 멜라닌 색소가 햇빛에 의해 과도하게 증식돼 검버섯을 만든다”고 말했다. 검버섯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색깔만 짙은 ‘흑자’와 볼록하게 튀어나온 ‘지루각화증’이다. 지루각화증은 흑자보다 두껍게 나타나는 검버섯으로, 각질과 표피세포가 자외선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하기 위해 부분적으로 두꺼워지면서 생긴다. 검버섯은 주로 40대부터 생기며, 나이가 들수록 심해지지만 좀처럼 자연 소실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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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버섯은 화장으로 감출 수 없을 만큼 발현됐을 때 치료받는 게 좋다. 어느 정도 색이 짙어져야 레이저가 검버섯을 잘 인식할 수 있기 때문. 보통 1~2회 레이저로 치료하면 90% 이상 제거된다. 볼록하게 튀어나온 지루각화증은 점을 빼는 CO2 레이저를 쓴다. CO2 레이저는 볼록하게 튀어나온 부분을 쉽게 깎을 수 있다.

 기미는 햇빛과 더불어 호르몬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서동혜 원장은 “에스트로겐은 피부 속의 멜라닌 색소를 자극해 기미를 만든다”며 “피임약 장기복용이나 임신, 갑상선질환, 자궁질환, 잦은 음주·흡연도 기미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폐경 후엔 에스트로겐 분비가 줄어 기미가 옅어지는 경향이 있다.

 기미는 색소침착의 위치에 따라 색깔이 다르다. 표피에 색소가 침착되면 갈색, 진피에 침착되면 청회색, 두 곳 모두 침착되면 갈회색으로 나타난다.

 기미는 색소질환 중 치료가 가장 어렵다. 호르몬 영향으로 기미를 제거해도 계속 재발하기 때문이다. 기미가 옅은 초기 단계이면 화학약품으로 치료한다. 해초 성분이나 과일산으로 박피를 하거나 비타민C·레티놀 제제를 특수기기로 피부 깊숙이 집어넣는 치료를 한다. 표피에 침착된 기미를 옅게 할 수 있다. 기미가 짙으면 레이저 치료가 좋다. 가장 많이 쓰이는 레이저는 ‘레이저토닝’이다. IPL도 효과가 있다. 재발이 쉬운 만큼 주기적이고 장기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딱지가 떨어져 나가고 피부가 재생되는 한 달 간격으로 6~10차례 치료 받는 것이 좋다.

울퉁불퉁하고 진물 나는 점은 암일 수도

피부암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김원석 교수는 “피부암을 점이나 검버섯, 만성적인 종기나 상처 등으로 오인하는 경우가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10년 새 서양에서는 피부암이 2배 늘었고, 우리나라도 전체 암의 3%가 피부암일 정도로 유병률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그는 또 “고령자의 증가, 선탠이나 해양스포츠를 즐기는 사람이 늘어나는데다 오존층 구멍이 넓어져 햇빛 강도가 세진 것이 원인”이라고 강조했다. 오존층 두께가 1% 얇아질수록 피부암 발생률은 3% 더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암은 점과 비슷해 혼동을 일으키기도 한다. 김 교수는 “점이 불규칙하게 찌그러져 있거나 점의 경계가 울퉁불퉁한 경우, 색이 고르지 못하고 울긋불긋한 경우, 직경이 6㎜를 넘는 경우, 가렵거나 진물·피가 나면 피부암을 의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피부암은 주로 칼로 도려냈지만 최근에는 다양한 치료가 개발됐다. 예전에는 미용 측면을 고려하지 않고 암을 도려냈지만 최근에는 레이저·냉동·방사선치료, 또 항암제 국소 주입, 바르는 항암 연고, 광역동요법 등을 이용해 조직을 훼손하지 않고 피부암을 치료하고 있다. 단 조기 발견 시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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