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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일본에선 로봇이 만들어주는 회전초밥 체인점, 줄 잇는 손님 발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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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구라스시는 초밥 접시 뒤에 바코드를 부착했다. 초밥이 얼마나 오래 컨베이어 벨트 위에서 돌아가는지 체크할 수 있다. 벨트 위에 오래 머문 초밥은 로봇 팔이 자동으로 밀어낸다. [뉴욕 타임스 제공]

일본 외식산업의 황금기는 1997년으로 기록된다. 시장 규모 29조 엔(약 399조원)을 넘겼다. 하지만 ‘버블 경제’의 거품이 꺼지면서 상황이 돌변했다. 고용 불안과 임금 삭감에 시달리게 된 일본인들은 외식을 줄였다. 장기 불황기를 거치면서 카페·레스토랑 등에서 보낸 시간은 1990년 주당 7시간52분이던 것이 2009년에는 2시간25분으로 급감했다. 20~50대 남자 40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다.

 소비자들이 허리띠를 죄자 외식업계엔 비상이 걸렸다. 2009년 매출은 97년에 비해 20%나 하락했다. 수익이 악화되자 문 닫는 곳이 속출했다. 외식업체 674곳이 1000만 엔 이상의 빚을 진 채 도산했다. 이런 와중에도 대박을 낸 아이디어 외식업체가 등장했다. 미국 뉴욕 타임스(NYT)가 최근 소개한 회전초밥 체인점 ‘구라(くら)스시’다.

 이 회사가 1995년 문을 열 때만 해도 회전초밥집은 경쟁이 치열한 ‘레드 오션’이었다. 1950년대 오사카에 첫 점포가 등장한 이래 수많은 업체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구라스시의 차별화 포인트는 점포 직원 수를 최소화하는 자동화시스템으로 원가를 절감하는 것이었다. 일본 내 262개 구라스시 체인점에 가보면 초밥 전문 조리사가 없다. 서비스 직원 수도 적다. 196명을 수용하는 점포의 경우 홀을 6명의 직원이 맡고 주방에 최소한의 인력이 일한다. 비결은 정보기술(IT)을 통한 자동화다. 스시를 공장처럼 대량생산 방식으로 ‘제조’한다. 본사 공장에서 배송된 생선회를 각 점포 주방에서 로봇이 만든 초밥 위에 얹어 낸다. 된장국 등은 손님이 LCD(액정화면) 터치 스크린을 눌러 주문한다. 초밥 접시의 뒷면에는 2차원 바코드가 붙어 있어 어떤 초밥이 얼마나 많이 팔리는지 감지한다. 이 정보가 전국 세 곳의 전산센터에 모아져 잘 팔리는 초밥의 재료를 즉각 추가 배송한다. 손님이 잘 택하지 않는 초밥은 컨베이어 벨트에서 돌다가 로봇 팔이 자동으로 치워 전체적으로 음식의 신선도를 유지한다.

 식사 후 정산 방식도 독특하다. 먹고 난 빈 접시를 쌓아두면 점원이 접시 색상별 숫자를 세, 식대를 청구하는 게 보통이지만 구라스시에선 식탁 옆 수거대에 밀어넣으면 바코드를 통해 자동으로 계산된다. 계산이 끝난 접시는 자동 세척돼 주방으로 전달된다.

 이런 스시 ‘생산라인’을 갖추려면 일반 점포보다 100만 엔 정도 더 든다고 한다. 하지만 인건비 절감 효과가 이를 상쇄하고 남아 가격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구라스시 초밥은 접시당 100엔 안팎으로 매우 싼 편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10월 말까지 28억 엔의 순수익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20% 늘었다. 물론 요리사가 손으로 빚어낸 초밥보다는 맛이 덜할 수 있다. 하지만 값이 워낙 저렴해 서민들에게 인기다. 

김한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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