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 디자인] 사각턱 축소술, 간절한 소망이 낳은 ‘발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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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가 공급을 창출한다’는 말이 있다. 성형시장도 예외가 아니다. 대학병원에서 재건성형에 전념하던 시절, 미국에 살던 교포 한 분이 찾아와 얼굴을 고쳐 달라고 부탁했다. 사각형인 얼굴이 평생의 한이니 바꿔 줄 수 없겠느냐고 매달렸다.

 1980년대만 해도 얼굴뼈는 사고로 안면이 뭉개지거나 선천적인 기형이 아니면 건드리지 않을 만큼 조심스러웠다. 멀쩡한 뼈를, 그것도 미용 목적으로 잘라 내는 경우는 외국에서도 사례가 없었다. 하지만 환자의 소망이 워낙 간절해 방법을 찾아보기로 했다.

 교통사고로 턱 부위를 다쳤을 때 부득이하게 턱밑 피부를 절개해 뼈를 정돈하는 방법이 있기는 했다. 하지만 그럴 경우 시야 확보는 쉬워도 흉터를 남길 수 있으므로 적용하기 어려웠다. 결국 흉을 남기지 않기 위해 입속 피부를 절개하는 방법을 사용하기로 했다.

 아래턱 어금니와 뺨 사이의 잇몸을 3㎝ 정도 절개한 뒤 벌어진 틈으로 턱뼈를 관찰하는 특수기구를 집어넣고 특수톱으로 턱뼈를 잘라 냈다. 이렇게 턱뼈를 깎고 다듬었더니 턱선이 부드럽게 돼 얼굴형도 달라지고 더불어 목이 길어 보이는 효과도 가져왔다. 이 수술이 바로 86년에 발표한 ‘하악각의 미용적 교정술’이다. 당시 미용 목적으로 턱뼈를 잘라 낸 세계 최초의 수술로 인정받았다.

 이 논문은 미국 성형외과 학회지에도 실렸는데 서양에서도 아직 얼굴뼈 수술이 발달하지 않았던 터라 상당한 관심을 끌었다. 이때 개발해 전 세계에 보급시킨 사각턱 축소술은 지금까지 가장 많이 이용되는 시술법이다.

  현재는 위턱과 아래턱 전체를 자르고 이동시켜 하안면부를 통째로 조합하는 수준에까지 이르렀다. 사각턱 수술도 단순히 각진 턱만 깎는 게 아니다. 턱뼈의 두께를 잘라 내는 피질 절골술과 뭉뚝한 턱끝을 V라인 형태로 만들어 주는 턱끝 축소술 등으로 얼굴형을 바꿔 준다.

김수신 성형외과전문의·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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