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성식 프랭클린템플턴 CIO “FT포커스 자산 4500억 넘으면 절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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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지난해 국내 일반 주식형 펀드 중에 수익률이 제일 높았던 것은 프랭클린템플턴 투신운용의 ‘FT포커스’다. 100개 안팎 종목을 담는 여느 주식형 펀드와는 달리 30~40개 종목만 콕 집어 투자하는 압축 펀드다. 금융 위기 발생 직후인 2008년 9월 말에 만들어져 지난해 49.2%, 2009년 초부터 따지면 142.7% 수익을 냈다. 2년 수익률이 코스피지수 상승률(82.4%)의 1.7배다.

 하지만 이 펀드는 조만간 절판될 전망이다. 프랭클린템플턴의 오성식(사진) 주식운용총괄 부사장은 14일 “FT포커스 펀드의 순자산이 4500억원이 넘으면 당분간 돈을 받지 않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현재 이 펀드의 순 자산은 약 3600억원. 최근엔 한 달에 700억~800억원 신규 자금이 몰린다니 한 달쯤 뒤엔 가입이 어려울 전망이다.

 판매를 잠정 중단하는 이유에 대해 오 부사장은 “너무 커지면 펀드의 운용 원칙을 지키기가 힘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FT포커스’는 상장사의 자산, 이익 규모, 미래 사업계획 등 이른바 ‘내재 가치’를 꼼꼼히 따져 그보다 훨씬 싸다고 판단되는 주식들을 사들인다. 그런데 펀드에 돈이 자꾸 들어오면 기준에 맞지 않는 주식에까지 손을 뻗쳐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 이로 인해 전략에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다. 그 선이 4500억원 정도라고 보고 그만큼 돈이 모이면 판매를 일단 멈추겠다는 것이다.

 오 부사장은 “돈을 더 받아도 원칙대로 운용할 수 있다는 확신이 생길 때 판매를 재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고객에게 ‘이렇게 운용하겠다’고 한 약속을 지키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돈을 계속 더 받을 때 들어올 수수료 수입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소리다. 대신 FT포커스와는 성격이 좀 다른 대안 펀드도 구상 중이라고 밝혔다.

 오 부사장은 성공 이유를 “자체 리서치의 힘”이라고 했다. 지난해 초엔 당시 시가총액 400억원가량이던 자동차 부품회사 경창산업을 샀다. 다른 증권사로부터는 보고서 하나 나오지 않던 초소형주였다. 그걸 프랭클린템플턴의 리서치센터가 찾아냈다. 이 주식은 지난해에만 164% 오르면서 효자 노릇을 했다. FT포커스는 지난해 10월 말 현재 40개 종목에 투자하고 있으며 이 중 7개가 코스닥 종목이다.

 오 부사장은 “FT포커스 펀드는 일반 주식형 펀드보다 위험한 상품”이라는 경고도 잊지 않았다. 소수 종목에 투자하기 때문에 수익률의 출렁거림이 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예 노골적으로 “코스피지수보다 더 많이 깨질 수도 있다”고도 했다. 그는 “그러나 장기적으로 보면 고수익의 기회를 반드시 안겨주도록 설계된 것이 FT포커스”라며 “단기적으로 수익성이 악화됐을 때도 기다릴 여유가 있는 투자자들에게 맞는 펀드”라고 소개했다.

 한국 주식 시장에 대해서는 “믿음을 가져도 좋다”고 했다. “길게 보면 기업들이 얼마나 벌어들이는지가 주가를 결정한다. 외환위기와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더욱 이익을 키워간 게 한국 기업들 아닌가. (한국 기업에 대해) 자신감을 가져도 좋을 것이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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